[기자수첩] 여성이기에, 또 농민이기에

  • 입력 2018.05.26 12:44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강남역 사건을 비롯해 미투 운동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페미니즘’은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면서 논란의 쟁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이는 농업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격하게 역행하는 한 광고가 농민신문에 버젓이 실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광고에 실린 노골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사진은 눈에 담기도 벅찰 정도여서 남녀를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민망함과 수치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농기계의 성능을 묘사했다지만 의도는 명확했고 표현은 저급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 광고를 두 차례나 게재했으며 이는 논란을 야기하기 충분했다. 다른 신문도 아닌, 최다 농민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신문이기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성명을 통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 뿐만 아니라 농기계 사용 대상을 남성으로만 국한해 해당 광고를 제작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업체를 상대로 광고 중단 및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며 신문 등 매체를 향해 광고 중단과 재발방지 노력 이행을 촉구했다.

전여농이 다른 여성·농민단체들과 강력 대응을 예고하며 적극 투쟁에 나서자 농기계 업체 측은 광고 중단 및 폐기를 약속했다. 또 직원 성평등 교육 실시와 여성농민 대상 농기구 개발 등의 요구도 수락했으며 사과문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농번기 농촌을 둘러보면 논이나 밭 대부분에서 여성 농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님까지 농사일을 거들러 유모차를 끌고 나오실 정도니 농업 생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이기에 또 농민이기에 감내해야 할 불평등과 누리지 못하는 권리가 너무나 많다. 여성 농민은 그 동안 노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해왔고 사실 그 대상은 여성만이 아니라 농업·농민·농촌 전체에 해당된다.

때문에 작금의 이 사태가 농업계로 하여금 여성 농민의 권리를 남성과 평등하게 인정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일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