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문재인이 또 나와?

‘대통령과 찍은 사진’ 정치는 끝내야
한 달간 을들의 정치갑질을 해보자

  • 입력 2018.05.19 13:06
  • 수정 2018.05.19 13:08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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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방극완(전북 남원)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마다 후보들을 확정하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알리는 현수막과 명함을 나눠주느라 정신이 없다.

“문재인이 또 나와?” 복숭아 수형을 잡기위해 후배가 하는 농약사에 2미터짜리 고추지지대를 사러갔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대화를 잠깐 엿들었다. 여당의 한 후보가 나눠준 명함에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하시는 말이었다.

“지가 뭘 허겄다고 혀야지 대통령이랑 찍은 사진으로 대충 때울려고 하믄 안 되제.”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띵했다. 그 동안 습관적인 투표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을 분들이 이런 말씀을 나누시는 것이 ‘변화하고 있는 민심의 흐름을 후보자들이 잘 짚어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철만 되면 그 동안 어디서 뭘 하고 숨어있었는지 우리지역의 전문가와 대변인이 다 나타난다. 행정전문가, 복지전문가, 서민의 대변인, 농민의 대변인 등.

수많은 전문가와 대변인이 넘치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그간 해왔던 선출직들의 모습을 보면 거수기 전문가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기는 하다.

남원은 산간지방과 아닌 지방으로 나뉘어서 산간지방은 거의 모내기가 마무리됐고 나머지 지방은 모내기 준비에 다들 한창이다. 다들 바빠서 선거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누군가 선거철에는 “제가 누구입니다”라고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당신이 누구입니까”로 바뀐다는 말을 했던 게 생각난다.

최근 또 다시 불거진 갑질 논란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갑과 을이 서류상의 편리함을 위해 존재하는 호칭이어야 하는데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은 아마 초등학생들도 알거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맞춰서 을질을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것 같다. 당선되고 나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후보자처럼 4년을 산다고 이야기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잘 살피고 잘 선택해야 이후 4년이 편해질 것이다.

여당의 공천을 받은 모 후보에게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잘한다고 국민들이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이지 지역의 여당의원들이 잘해서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거 아닌 건 아시죠?”

예전에 우리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었다. 시골의 어르신들도 이젠 정확히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정치회춘을 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 단순히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뭔가를 노리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각 후보자들은 솔직히 선거기간만이라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당선되면 가장 먼저 1번으로 이행하겠다는 대표 공약 정도는 유권자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에서 복숭아 교육을 받는 또래사람들과 얼마 전에 모임을 했다. 초보도 있고 베테랑도 있지만 “4년을 키웠는데 내 키보다 작으면 뽑아 내야겠지요?” 하는 막내의 질문에 선배들은 “그건 답이 없어. 좀 더 빨리 판단했어야지”라고 답해준다.

한 달 남짓한 을들의 정치갑질을 제대로 한 번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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