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 식약처 주도 GMO 협의회를 또?

기존 협의체의 불투명성·불공정성 문제 지적
청와대 중심 ‘공론화위원회’ 운영 필요성 제기

  • 입력 2018.05.19 13:00
  • 수정 2018.05.19 13:0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2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GMO 완전표시제 22만 국민청원 기자회견'을 갖던 중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돌파했다. GMO반대전국행동 제공
지난 12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GMO 완전표시제 22만 국민청원 기자회견'을 갖던 중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돌파했다. GMO반대전국행동 제공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입장이 시민사회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정부는 GMO완전표시제 시행여부를 놓고 ‘사회적 합의’를 진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란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그 동안 ‘사회적 합의’가 없었던 것도, 협의체 구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 동안 존재한 협의체인 ‘GMO 표시제 검토 협의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식약처)가 주도했다. 2013년에 결성한 이 협의체는 소비자단체 대표 8명, 식품산업계 8명, 학계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됐다.

GMO 표시제 검토 협의체는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았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지난 17일 열린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 청와대 답변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기존 협의체는 △불분명한 위상 △불공정한 구성 △불투명한 운영 △비합리적 논의방식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불분명한 위상이라 함은, 애시당초 협의체 결성 자체가 식약처가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자문기구 성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협의체가 합의해도 정책 결정은 식약처가 할 것이란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논의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였다. 윤 국장은 “협의체 구성원들은 운영 규정에 따라 논의한 내용과 관련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해선 안 됐으며, 참석자들도 회의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회의결과도 확인할 수 없어, 식약처가 임의로 작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게 윤 국장의 주장이었다.

위원 구성도 불공정했다. 협의체 구성부터가 철저히 식약처와 식품기업 측에 유리하도록 구성됐다. 특히 협의체에 속한 식품산업계 8명 중 4명은 GMO식품 수입기업인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 등의 관계자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식품산업계 참가자들은 사실상 모두 GMO 표시제 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그나마 함께한 소비자단체들과 학계 전문가들도 대부분 GMO 표시제 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었기에, 협의체는 기본적으로 매우 불균형하게 구성됐다”며 “심지어 한국소비자연맹의 경우 공식입장은 GMO 표시제 강화인데, 정작 대표로 온 사람은 GMO가 문제 없다는 식의 주장을 제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로 명시된 또 다른 단체인 ‘영양과 미래’란 곳은 주식회사 형태의 연구개발업체로, 이곳 또한 GMO 표시제를 반대했다.

논의 방식도 비합리적이었다. 논의는 항상 자료에 근거한 논의가 아닌, 이해당사자의 주장에 의존하다시피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적으로 우세한 GMO 표시제 강화 반대측 인사들의 주장이 관철되기 더 쉬운 구조였다. 이 소장은 “표시제 강화 여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돼야 함에도, 항상 GMO의 유·무해성에 대한 논쟁으로 빠지기 십상이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측은 따라서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제대로 된 위상과 공정한 구성, 투명한 운영이 가능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은선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부문 이사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이사는 “일본의 경우 소비자청이 좌장 1명을 임명하고 소비자측 3인, 기업측 3인, 학계 3인씩의 대표로 10명의 협의체를 꾸렸는데, 회의는 항상 공개회의를 원칙으로 했고 회의자료도 소비자청 누리집에 공개했다”며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자료를 검토위원들에게 보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문제나 대학제도 개편문제 등과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진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GMO 표시제와 같이 범국민적 관심이 높은 문제는 식약처가 아닌 청와대가 중심이 돼 직접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