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농사만 진 농부가 암으로 사망했다”

당진 농민들, 고압송전탑 건설 백지화 요구 … 정부·국회, 주민 재산권·생명권 지켜야

  • 입력 2018.05.18 14:43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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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한국전력이 당진화력과 평택시를 잇는 고압송전철탑 건설을 주민동의 없이 마을 대표들과 일방적으로 추진해 분노가 들끓고 있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주민들은 기존의 대책위원회를 불신한다며 ‘석문345kv 고압철탑 건설저지 대책위원회’를 따로 구성한 가운데 지난 10일 면사무소 앞에서 ‘환경파괴 중단 고압철탑 백지화 촉구 석문면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사진). 대회엔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였다.

특히 송전탑 경과지 6개마을 이장을 비롯해 9개마을 이장들은 성명서를 통해 △주민갈등, 지역사회 파괴를 조장하는 한국전력 사장과 중부건설처장 즉각 파면, 관련자 징계 △주민의견 무시한 기존 반대대책위원장·사무국장 등 책임자 전원 즉각 사퇴 △석문면개발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 즉각 사퇴 △석문면개발위원회·대책위원회 지난 3년간 회계장부와 회의록, 한국전력과의 협의서 즉각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장들은 “오는 30일까지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석문면개발위원회를 임의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석문345kv 고압철탑 건설저지 대책위원회’는 “석문면이 640만kw의 국가 전력을 생산해주며 연간 16만6,000톤의 미세먼지와 각종 위해물질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송전탑만큼은 땅속으로 묻어 주민의 재산권과 생명을 지켜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고압철탑이 지나가는 장고항리의 임의규(81)씨는 “내 이웃은 평생 자신의 논에서 눈만 뜨면 나가서 일만하다가 철탑이 박힌 5년 뒤 암으로 사망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삼봉1리 장명자(65)씨 역시 “쾌적한 석문에 시집와서 3남매를 낳고 50년 가까이 살았다. 내 자식을 위해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삶의 터전인 농토를 마련했다”면서 “지금은 자식들이 외지에 있지만 언젠가 손주들을 데리고 석문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씨는 “고압송전선로가 그냥 전깃줄로만 알았는데 이웃들이 고질병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강사용 전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본부장은 “송전탑 발전기금이 200억원이라는데 주민들 1인당 200만원도 안 된다”며 “주민들이 암 발생이 많다는데 2억원 주고도 못 고친다. 따라서 200억원은 돈이 아닌 독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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