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파괴한 ‘신재생에너지’

영양 양구리-풍계리 풍력발전단지
마을 전체와의 합의 없이 보상금 지급
주민에 따라 차등지급한 정황도 포착

  • 입력 2018.05.18 10:5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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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군내 100여기에 가까운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며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낳고 있는 영양군에서 풍력발전업체가 주민들을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몇 년 전 송전탑 건설을 위한 한국전력의 개입으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된 밀양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양 지역은 현재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건설자본-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과 자연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2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중 양구리·홍계리에 공사 중이던 22기는 영양군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 현재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해 말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양군에 공사중지명령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가구당 1,000만원, 마을에 연간 500만원을 지원하는 대신 이후 어떠한 민원과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풍력발전회사의 제안을 뿌리치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통한 사태 해결을 바라고 있던 차였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월 15일 영양군을 찾아 주민의견을 청취한 자리에서 “풍력발전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원활한 목표달성을 위해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하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에 환경부가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가 열리기도 전에 마을 의견은 두 쪽이 났다. 지난 10일 홍계리 주민들 일부는 풍력발전회사가 소수 주민을 매수해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파렴치한 시도를 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입수한 민원보상합의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합의서에는 풍력발전회사가 마을 전체와 반대대책위원회 임원들에게 서로 다른 규모의 보상 금액을 제시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이 문서들에 따르면 시행사는 마을 35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1,000만원 등 총 4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문제는 대책위원회 15인만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합의서다. 여기에 따르면 대책위원회 구성원은 마을 주민의 두 배인 2,000만원을 받으며 특히 임원을 맡은 6명에겐 6,670만원을 지급, 총 8억5,000만원을 건네준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주민 간에 최대 7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돈을 받은 주민 2명이 보상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마을 전체의 의견 수렴 없이 일부 주민들만의 결정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현재 마을공동체는 보상금 수령 찬성과 반대로 완전히 갈라져 있는 상황이다.

홍계리 주민 박충락(67)씨는 “공사 중지든, 적절한 보상이든 모든 것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열려 그곳에서 결정나야 한다”면서 “풍력발전회사가 환경영양갈등조정협의회 결과로 사업이 중단될까 염려해 주민을 매수해 마을공동체를 파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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