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양파·마늘 … “대통령은 응답하라”

정부 관측실패·대책부실에 분노
전남·경남 농민 1천명 상경집회
양파·마늘 품목조직 발족 결의

  • 입력 2018.05.16 20:48
  • 수정 2018.05.17 16:4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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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남·경남의 양파·마늘 재배 농민들이 지난 15일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모여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과 대통령의 관심을 소리높여 요구하고 있다.
전남·경남의 양파·마늘 재배 농민들이 지난 15일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모여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과 대통령의 관심을 소리높여 요구하고 있다.

대파 농가들이 상경투쟁을 벌인 지 불과 한 달만에 양파·마늘 농가들이 똑같은 자리에 섰다. 겨울대파에 이어 햇양파·햇마늘까지 줄줄이 가격 폭락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농업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을 규탄하며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통계청 재배면적 조사 결과 올해 양파·마늘 예상 초과생산량은 당초 농식품부가 예측했던 양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는 역대 최대, 마늘은 2013년 이래 최대 재배면적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대책으로 내 놓은 수매비축 및 사전면적조절 물량은 초과량의 10%대에 불과하다. 터무니없는 수급관측 실패에 대해서도, 부실한 수급대책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이번 집회엔 전남·경남의 양파·마늘 재배농민 1,000여명이 참가했다. 마늘과 양파는 시군단위 조직은 어느 정도 갖춘 반면 전국조직이 미비한 실정으로, 이날 집회에서 전국조직 결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강력한 조직화를 통해 향후 정부 수급정책에 농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포부다. 집회는 이들 준비위원회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고송자 양파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은 “유통상인들이 작년에 양파를 사서 저장해 놨는데, 가격이 조금만 오를라 치면 수입물량이 물밀 듯이 들어오니 팔 수가 없었다. 지금 그동안 못 팔았던 재고물량과 수입물량, 정부 물량을 모두 시장에 풀고 있으니 햇양파를 팔 길이 없다”라며 정부 수급정책을 비판했다.

고송자 양파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과 성연준 마늘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이 양파가 나뒹구는 가운데 얼음을 깨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고송자 양파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과 성연준 마늘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이 양파가 나뒹구는 가운데 얼음을 깨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 홀대 기조를 입 모아 지적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남북이 통일을 얘기하는 시기에 농민들은 열외국민 취급을 받고 있다. 통일농업을 말하면서 (쌀)대체작목을 얘기하고,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이 정부에 과연 농업철학이 있나”라고 물었고, 성연준 마늘 전국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도 “정권이 바뀌고 기대가 컸지만 지난 1년의 농업정책은 실망스럽다. 무능한 장·차관과 관료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대통령의 무관심이 제일 큰 농업적폐”라며 “농민운동이 없으면 우리 삶은 바뀌지 않는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 섰어도 한칠레 FTA 반대투쟁을 해야 했고, 노무현 정권이 섰어도 한미 FTA 반대투쟁을 해야 했다”며 농민들의 연대·투쟁을 격려했다.

세종로 공원에서 본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광화문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지나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에 서신을 전달했다. 서신엔 △수급관측 실패 사과 및 대책 수립 △양파 5만톤, 마늘 2만톤 수매비축 △수입농산물 검역체계 강화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실시 △생산자대표와 공공수급제 연구계획팀 구성 △대통령의 농업분야 각성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담았다. 농민 대표들은 이후 양파·마늘 전국조직 결성을 위한 향후 회동 일정을 잡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단상에 올라 대회사를 하고 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단상에 올라 대회사를 하고 있다. 박 의장은 “대통령 국정연설에도 신년사에도 농업 농촌은 다 사라졌다. 대통령의 무관심이 제일 큰 농업적폐”라고 역설했다.
이날 집회엔 전남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1,000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했다. 농민들은 수확이 끝나는 7~8월 중으로 양파·마늘 도 단위 조직을, 파종기 이전엔 전국조직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날 집회엔 전남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1,000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했다. 농민들은 수확이 끝나는 7~8월 중으로 양파·마늘 도 단위 조직을, 파종기 이전엔 전국조직을 설립할 계획이다.
세종로공원에서 본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광화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세종로공원에서 본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세종대로를 걸어 광화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농민들은 광화문을 지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거쳐 청와대 앞으로 이동했다.
농민들은 광화문을 지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거쳐 청와대 앞으로 이동했다. 거리를 지나던 많은 시민들이 농민들의 행렬에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농민들은 청와대에 요구서신을 전달하고 정리집회를 열었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농민들은 청와대에 요구서신을 전달하고 정리집회를 열었다. 서신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을 접견한 농민 대표들은 “청와대에서 말하는 내용이 지역 군수 만날 때랑 똑같았다. 돈이 없다더라”며 불만족스런 결과를 전했지만, 품목별로 전국 조직화를 구체화하기 위한 추후 대표단 회동 일정을 잡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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