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통계 없어 FTA 피해 인정 못 받은 염소농가
가격통계 없어 FTA 피해 인정 못 받은 염소농가
  • 홍기원 기자
  • 승인 2018.05.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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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의제기 기한 앞둬 구체적인 구제방법 나와야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행정예고한 FTA 피해보전직접지불 및 폐업지원 대상에서 염소고기가 제외돼 염소농가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은 경북지역의 한 염소농장 모습.  전국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정부가 행정예고한 FTA 피해보전직접지불 및 폐업지원 대상에서 염소고기가 제외돼 염소농가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은 경북지역의 한 염소농장 모습. 전국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회 제공

FTA로 인한 피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도 관련 통계가 없어 보상에서 제외되는 촌극이 벌어질 것인가. 염소고기가 올해 FTA 피해보전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며 논란이 뜨겁다. 염소농가들은 제도상 허점 탓에 고스란히 FTA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2018년 FTA 피해보전직접지불 및 폐업지원 대상 품목을 행정예고했다. 이 행정예고에서 염소고기가 제외되며 염소농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인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전문기관이 총 108개 품목에 대해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요건 충족 여부를 조사·분석해 총수입량·FTA 체결국 전체 수입량·가격을 기준으로 해당 품목을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기관에 지정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FTA 이행지원센터의 분석 결과, 염소고기는 기준보다 지난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염소농가들은 가격 기준 자체가 현실을 거꾸로 반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하 전국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장은 “2014년에서 2015년 무렵 평균 ㎏당 1만3,000원대였던 산지가격이 2016년부터 하락이 시작돼 지금은 ㎏당 5,000원대다”라며 “폐업한 농가가 떨이로 파는 물량은 가격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애초 농경연은 농협경제지주가 임의로 조사한 흑염소 가격정보를 토대로 가격을 계산했다. 이에 농협경제지주는 4일 센터로 공문을 보내 흑염소 가격정보는 한국염소축협의 수매가격이 근거로 충남지역에 국한된 가격으로 정확한 산지가격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자료는 정부지원금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염소고기는 공식적인 가격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송우진 농경연 FTA 이행지원센터 조사분석팀장은 “생산농가들은 가격하락을 제대로 반영하면 피해보전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가격자료가 없어 농가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있다”라며 “농가 설문조사는 기억에 의존해 신뢰성이 떨어져 기록된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도축장의 가격자료가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숙근 한국염소산업발전연구회 충북도지회장은 “관계기관들이 실태조사를 지금까지 하지 않아 농가가 피해를 보게 됐다”라며 “농가가 사업을 받으려면 절차에 따라 모든 사항을 정확히 기재해야 하는데 어떻게 정부정책이 이렇게 집행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분석에선 수입량이 지급 요건을 충족했지만 염소고기에 한정해 수입량을 계산하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유통현장에선 수입면양고기가 염소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면양고기 수입 역시 함께 요건에 포함하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예고에 대한 이의제기 접수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농식품부는 이의신청의 타당성을 검토해 이달 중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 품목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의신청 주체인 염소생산자단체들은 내홍으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운혁 한국흑염소협회장은 “2016년에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품목 대상 선정을 약속받아 지금까지 지원 품목에 들어가 있는 줄 알았다”고 당혹해하며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데 현재 수입한 뉴질랜드산 염소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자료가 없는 문제는 뚜렷한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문기관인 농경연이 제대로 된 조사·분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법상 농경연이 피해보전 발동요건을 조사·분석하기로 돼 있다”라며 “가격통계 문제는 염소품목 담당부서, 농경연과 협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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