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농민수당으로 농촌 살릴 의지 보여라

주제발표-농민 기본소득은 권리 넘어 생존의 문제

  • 입력 2018.05.13 11:35
  • 수정 2018.05.18 10:35
  • 기자명 홍기원·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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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홍기원·배정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충남연구원 농업기본소득연구회와 본지 주최로 열린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충남연구원 농업기본소득연구회와 본지 주최로 열린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절박함의 차이였을까. 농민수당을 바라보는 지역현장의 시각과 중앙의 시각은 좀체 맞춰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농정예산 구조로는 농민을 살리기에 어렵다는 점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본지와 충남연구원 농민기본소득연구회는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농민수당(농민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으며 최근 주목받는 충남과 강진의 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이들 발표는 공통적으로 정체된 농가소득의 문제를 직불제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직불금 중심의 농정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민수당에 관한 이해는 현장의 절박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농정개혁위에서 농민수당이 논의가 됐는가? 정부가 안 될거라는 판단을 미리하면 논리가 개발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수당, 직불제, 기본소득의 개념이 뒤섞여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문제가 개념의 이름 명자에 달려있진 않을 터다. 관건은 농민의 삶을 보장하고 농촌을 살리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냐란 정책의지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아직까진 이같은 정책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농민 기본소득은 권리 넘어 생존의 문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란 점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빠른 시기에 이룩한 나라지만 산업화의 부가 골고루 분배되진 않았다. 농민·농촌의 기본소득 보장은 농촌의 지속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자 의무다. 더 나아가 농민 기본소득은 권리 이전에 생존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농업시장이 빠른 속도로 개방됐다. 54개국과 15건의 FTA를 맺었는데 대부분 경쟁이 불가한 농업 선진국들이다. 농민운동을 통해 시장화에 대항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많은 재정투자로 농업 구조개선을 한다고 했지만 농민의 수중으로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전업농의 농업소득이 계속 떨어지고 농업소득률도 떨어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도농간 소득격차도 농산물 자유무역의 확대로 농촌소득 증가가 미미해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1993년말 UR 협상 타결시기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95%였으나 2012년에는 57.5%까지 하락했다가 2016년에는 63.5%를 기록했다. 문제는 현재 농촌에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도농소득 격차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에서 농업소득 문제를 해결하려 직불제를 실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농업직불금의 비중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직불금 수령이 매우 양극화돼 있다는 것이다. 농업직불금이 면적 단위로 지급되니 영세 소농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50만명 직불금 수령자 중 9.6%인 재배면적 2㏊ 이상 농가당 평균 직불금은 350만원인 반면 75.8%를 차지하는 재배면적 1㏊ 미만인 농가의 평균 직불금은 2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독일 등 유럽은 소농에 일정 수준의 농업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제를 실행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농가단위 기본소득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농가수는 109만 가구다. 따라서 가구당 매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총 6조5,4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김성훈 전 장관은 농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농업직불금제의 개선을 꼽았다. 기존의 친환경농업직불금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농가단위 기본소득제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농민단위 기본소득이다. 매 농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농민의 연령을 설정하는 과제가 있다. 현재 농업기본법 등 법률에서는 농업인의 기준을 20세 이상으로 설정하고 연령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65세 이상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의 혜택도 받는다. 따라서 개별 농민단위 기본소득을 실시한다면 20세 이상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20세 이상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경우로 나뉜다.

셋째는 마을 혹은 농촌지역 단위 기본소득이다. 농민, 비농민 구분없이 여건이 어려운 한계지역에서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소멸의 위험이 있는 마을 혹은 면 단위 지역을 대상으로 농촌주민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시범사업을 실시한 다음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경우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을단위 기본소득은 이미 인도의 Madhya지역에서 실험된 적이 있다.

유럽은 농정예산의 70%가 직불금 예산인데 우리는 보조사업과 개발사업에 낭비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주도해 만든 사업 계획을 통해 하향식으로 내려가는 재정투입 방식에서 벗어나 농민들에게 필요한 소득을 직접 분배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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