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다들 좋아한다. 입이 귀에 걸렸다.”
농민에게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대답이다. 전남 강진군은 올해부터 군내 모든 농가에게 70만원 상당의 논·밭 경영안정자금을 지급했다. 장귀영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군내 농가 수가 7,100여개 남짓인데 모든 농가에 균등하게 지급됐다”면서 “일상에서 효과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강진군은 총 50억원의 논·밭 경영안정자금 예산 중 절반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어떤 농민은 모를 심고 식당에 가서 상품권을 쓰고 어떤 농민은 상품권을 받지 않는 매장에도 상품권을 냈다고 한다. 장 사무국장은 농약 결재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지역사랑상품권 25억원이 강진지역에 풀리며 ‘살짝’ 군을 탓했다는 읍내 상인들도 수혜를 받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에선 나아가 농민수당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장 사무국장은 “한 군수후보는 도비 35억원 정도를 더 매칭할 수 있다면 월 20만원씩 농가수당도 가능하겠다고 검토하더라”라며 “군농민회에서 군수 후보들에게 농민수당 공약을 제안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강진군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균등 지원’에 있다. 송승언 강진군 친환경농업과장은 “기존 면적 대비 차등지원은 소농, 부녀농, 노령농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문제가 있다”라며 “균등 지원을 통한 소농, 고령농의 영농의욕이 높아지리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단순 박탈감만 문제가 아니다. 한 농업관련 전문가는 “쌀직불금을 면적 기준으로 지급하는데 이를 못 받는 농민의 규모가 얼마나 많냐”면서 혀를 찼다. 이 전문가는 “부재지주들이 논을 임대해주지 않을까봐 말도 못하고 조합원 등록도, 농가경영체 등록도 못한다. 정작 부재지주는 경영체 등록도 하고 면세유도 신청하고 심지어 농민자녀장학금도 받는다”라며 “이를 놔두고 직불제 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충청남도는 지난해부터 맞춤형 비료지원 사업과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을 통합해 농가별로 균등 지원하는 농업환경실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면적을 기준으로 한 직불금제를 대대적으로 손본 것이다. 10만원도 안 되는 소액을 지원받았던 영세농가들의 지원금은 지난해 35만원 수준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역에선 소농들이 눈에 띄게 좋아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전업농의 반발도 감지된다. 충남에선 종전까지 3㏊이상 농가가 평균 94만원의 직불금을 수령해 왔다. 이종협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3㏊라면 9,000평 수준인데 이들의 저항이 심하다. 근본적으로 농가별 지원을 하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농가수당 월 20만원을 걸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과 협약식을 진행하며 직불금 예산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 방안 토론회에선 강진과 충남지역 사례를 통해 농민수당 도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의 직불제 개혁은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는데 정작 문재인정부는 중앙의 직불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직불제를 옹호해온 농정적폐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농정적폐들은 언제까지 농민수당을 못 본 체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