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핑계로 GMO완전표시 공약 미루는 정부

사회적 합의 및 물가상승·국제기준 핑계
EU·호주, 한국보다 강한 표시제 시행

  • 입력 2018.05.13 07:56
  • 수정 2018.05.18 10:3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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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이 문재인정부의 GMO완전표시제 공약 이행 외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이 문재인정부의 GMO완전표시제 공약 이행 외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1만6,885명이 문재인정부의 GMO완전표시제 강화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청와대 답변내용은 사실상 식품기업의 논리를 대변하던 이전 정권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시민사회의 실망은 점차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에 대한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과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의 답변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답변 내용은 시민사회의 기대에 못 미쳤다.

청와대는 완전표시제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 중요하단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표시제 시행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 및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로 인한 통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입장을 내놓았다. 이진석 비서관은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원료기반 GMO 성분 비의도적 혼입률 0.9% 이내(현재는 단백질 잔류량 기반 3% 이내 기준)의 식품에 대한 Non-GMO 표시 허용’ 건에 대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Non-GMO 기준을 완화하는 건 어려울 듯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GMO의 안전성 및 물가 상승 문제 등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니,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전문성과 객관성이 보장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 “식약처와 농식품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도 협의체에 참여해 실질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답변에 대해 반박·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시민청원단은 통상마찰과 물가인상을 우려하는 청와대 측 논리에 대해 “그 논리대로라면 한국보다 강화된 GMO표시제를 실시하는 유럽과 호주 등에서도 물가인상과 통상마찰이 일어났어야 한다. 선진국과 똑같은 GMO표시제를 하자는데 왜 그 나라들과 통상마찰이 생긴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또한 “1991년 ‘원산지 표시제도’ 도입 당시에도 물가인상, 수요감소 주장이 분분했으나 이 또한 기우에 불과했다”며 “정부는 세계화 현상으로 GMO가 무분별하게 생산·수입되면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모르는 저가 수입 GMO식품을 GMO가 아닌 것처럼 둔갑시키는 걸 방지해 구매과정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는 “국제적 추세를 봐도 Non-GMO 기준 완화는 어렵다”는 청와대의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원료기반 GMO표시제를 시행하면서도 GMO 함유율이 0%일 시엔 Non-GMO 표시를 허용한다. 호주는 한국처럼 단백질 잔류기반 표시제를 시행하나 표시기준은 한국보다 낮은 1% 미만이다. 이처럼 강력한 GMO표시제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장하는 ‘국제적 기준’은 자의적이란 게 시민사회 주장이다.

‘사회적 협의 필요’ 또한 정부가 GMO완전표시제 주장 제기 때마다 반복한 내용이다. 그 동안 ‘사회적 협의’나 ‘협의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식약처와 식품기업 입장이 반영되기 쉬운 구조로 구성돼 있었을 뿐이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현행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는 식약처 주도로 시민단체 8명, 학자 4명, 기업측 관계자 8명의 참여로 구성 중인데, 이 중 GMO표시제 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셋이고 나머지는 반대 입장이며 일부가 유보적”이라 밝혔다. 구조 자체가 식약처 및 식품기업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마침 청와대 답변 직후 식약처는 사회적 협의체 운영과 관련해 회의를 열자는 공문을 시민청원단에 보냈다. 사실상 식약처가 주도해 온 협의체 구조를 유지하려는 걸로 볼 수 있다.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대외협력위원장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연령·계층의 시민을 무작위로 뽑아 찬반 양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GMO 재배문제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일본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더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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