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웃게 만드는 농민수당 | 토론

  • 입력 2018.05.13 01:39
  • 수정 2018.05.14 11:24
  • 기자명 배정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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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

공익적 가치 창출하는 농민에 대한 보상

농민수당은 기본소득의 개념이 아닌 사회적 보상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현재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내용은 헌법개정안에도 포함돼있으나 그 가치를 생산하는 농민에 대한 고민은 없다. 농민의 삶의 방식에 따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증진할 수도 후퇴할 수도 있다. 토지에 비료를 덜 사용해 친환경 영농을 한다면 생태·환경적 가치가 증대할 것이고 반대로 생산성만 높이려 한다면 그 가치는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 조건이 없는 보전의 형태가 아닌, 농민 삶의 방식에 따라 가치가 창출되는 것에 대한 보상 개념이라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농업을 통해 생산되는 가치는 결국 국민에게도 많은 이익으로 돌아갈 테니까. 정부가 큰 틀에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지자체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정부가 워낙 못하고 있으니 충남도나 강진군 같은 곳이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남도는 도시 4개 지역을 제외한 전체가 30년 이후 모두 소멸될 전망이다. 이런 위험상황을 앞둔 농촌에는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농민수당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는 결국 정부의 의지가 가장 필요하다. 당장은 지역에서라도 농민수당이라는 개념이 통용될 수 있는 정책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화도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정영이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농가단위 지급 아닌 농민단위 지급으로

우리나라 농업·농촌 정책에서 농민 속에 여성농민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농민들은 고된 농업노동에 시달리면서 아이를 돌보고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노동에서 남성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여성농민들은 ‘피해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먹거리를 살리는 한 농민으로 당당하게 나서고자 한다.

그러나 정책이 잘 뒷받침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250만명도 채 되지 않는 농민들이 5,5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농민 7명당 1명의 농업 전문가를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농업정책은 표류하고 있고, 특히 여성농민과 관련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거의 모든 교육프로그램과 정책들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얼마 전 SS기(농약살포기)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 뻔했다. 키가 작으니 악셀이나 브레이크를 꽉 밟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의자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 하나만 추가했어도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도시와 농촌, 이제는 농촌사회 안에서도 소득 격차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농민 중에서도 여성인 농민들도 고려해주길 바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농민수당 지급기준을 농가단위가 아닌 농민단위로 해 여성농민도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는 출발이 됐으면 한다.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농민, 직업으로 보장하는 시스템부터

농민수당이라는 용어를 정책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농민수당을 받을 수 있는 농업인이라는 자격은 300평 농사짓고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만 넘으면 되니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농업인이 될 수 있다. 특정 계층이거나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주장은 어디에서도 논의된 적 없다.

오히려 농업을 다른 직업과 형평성을 갖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직업적 전망과 자긍심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농업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이 있어 경작권 허가를 받아 농업인 자격을 부여받으면 4대보험을 납부하고 다른 직종처럼 은퇴하는 시스템을 전제로 직불제를 강화해왔다. 문재인정부에서 직불제를 확충한다면 오히려 농촌의 고령화를 촉진할 것이며 청년의 유입을 밀어내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논의중인 농민수당은 공익형 직불제를 강화해달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유럽처럼 농업인의 신분과 삶을 뒷받침하려면 이런 부분부터 확실히 한 다음 직불제를 확충해야 한다. 따라서 공익형 직불제를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강화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이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시민으로서의 농민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같다. 농민도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당당했으면 한다.
 

송남근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
송남근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

 

구체적 근거와 논리 개발해야

농업분야가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정책의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다른 분야에 밀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주장하지만 농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도출되고 있다. 정책은 약자를 돕는 개념이 강한데 다른 분야의 약자도 많아 농민수당이 정치적으로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를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농민수당이 조건 없이 농민이면 다 지급하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공익형 직불제라면 검토가 많이 진전된 상황이다.


 

윤석원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농정 패러다임 벗어난 획기적 제안

공무원도 많고 연구원도 많은데 왜 농민수당에 대한 논리개발을 농민들에게 떠넘기는가. 모든 논과 밭, 농지에 대한 직불제를 기본으로 환경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 결합된 직불제로 발전해야 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직불제도의 조정을 검토해야하는 것이고 농민수당은 기본소득의 문제다. 다원적 가치와 공익성을 주장하니 논리가 겹칠 수 있어 용어의 문제를 다듬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농업·농촌·농민이 어떤 상황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촌은 다 사라지고 말 것이다. 농민수당은 지금까지의 농정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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