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대통령 취임 1년, 농업적폐는 여전하다

  • 입력 2018.05.13 01:26
  • 수정 2018.05.14 11:25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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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문재인정부는 촛불로 탄생했다. 촛불 항쟁이 4.19혁명과 87년 항쟁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민주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부터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까지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묻고 답한 것은 ‘이게 나라냐’와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래로 가기위해 과거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세상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백남기 선생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 ‘촛불 항쟁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것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촛불은 과거와 단절을 선언한 투쟁이었으며 그 과거는 분단과 신자유주의와 재벌 중심의 성장지상주의였다. 적폐를 극복하는 길은 청산 밖에 없다. 항쟁의 정신은 계승하되 과거와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1년, 농업적폐는 여전하다. 아니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김현종을 임명했다. 한-미 FTA를 체결해 농업을 통째로 미국에 바친 장본인이다. 그는 수입개방 빗장을 열어 농민의 삶을 파괴했다. 김현종 임명은 노무현식 농업개방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공개선언이었다. 그 해 겨울 문재인정부는 수입 의무가 사라진 1만5,000톤 밥쌀용 쌀을 수입했다. 농업적폐 중의 적폐, 수입개방정책은 그렇게 대한민국정부 수립이후 줄기차게 계승되었다. “농민도 사람이다. 밥쌀용 쌀 수입 반대한다”고 외친 백남기 선생의 죽음은 문재인정부에서 잊혀졌다. 2018년 농업예산은 실지 삭감되었다. 국가예산은 2017년 대비 7%가 상승했으나 농식품부 예산은 0.07% 상승에 그쳤다. 변동직불금 5,400억이 불용된 것을 감안하면 농식품부 예산은 3% 삭감되었다. 전체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은 3.4%로 역대 정권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의 농업공약 ‘돌아오는 농촌’은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다. 김영삼정부도 농업을 이렇게 홀대하지 않았다.

2022년까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설정한 박근혜정부의 계획을 적폐라고 인식했는지, 문재인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27%로 낮게 책정했다. 눈을 의심케하는 정부 발표다. 우량 농지를 태양광 발전시설로 돌리고 농지규제를 완화해 절대농지를 파헤치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농업파괴 정책이다. 대파, 마늘, 양파 값이 폭락하는데도 대책이라곤 농민이 알아서 수급 조절하라는 대책뿐이다. 양파 값이 전년 대비 50% 폭락하는데 수입 저장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는 작태를 보여주었다. 농업적폐 중의 적폐, 저농산물 가격 정책은 여전히 기승이다.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을 대하는 관점이다. 쌀 생산조정제 한다고 농식품부가 농민을 협박해도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국정연설, 연초 신년사에 농업·농촌·농민, 단 한자도 없다. 농식품부 장관, 농어업비서관, 행정관이 줄줄이 지방선거 출마 구실로 사퇴했어도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 없다. 대통령의 관심이 없기에 대책도, 전망도, 희망도 없다. 지금 시급하게 청산되어야 할 과제는 대통령의 무관심과 농업홀대정책이다.

기재부는 최근 변동직불금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고 발표했다.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고정직불금을 올린다는 것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되 생산조정제 참여를 의무화 한다는 것도, 소득 구간별 직불제 지급 방식도 논의 중이란다. 수매제 폐지, 공공비축미 제도 도입, 쌀 소득보전직불제는 하나의 세트였다. 변동직불금을 없애겠다는 것의 핵심은 쌀값에 대해 정부가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쌀 무역은 국영무역으로 하면서 국내 쌀값은 시장에 맡긴다니 농민의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다. 적폐가 있는 한 촛불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노동자, 농민, 청년, 빈민, 자영업자의 삶은 나아졌는가. 그렇지 않다. 한반도 정세변화를 추동하는 힘도 착취와 억압의 구조를 해소하는 일도 여전히 민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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