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핵심개념 ‘식량자급’ 어디로 갔나

농업 기반 먹거리정책 ‘푸드플랜’
관련법 개정안서 농업분야 누락
발의 의원 측 “수정 여지 있다”

  • 입력 2018.05.11 16:01
  • 수정 2018.05.25 11:3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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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지난 2일 ‘푸드플랜’의 개념을 담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임의적으로 추진돼 왔던 국가·지역단위 푸드플랜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개정안이 먹거리의 ‘공급’에 무게를 두고 상대적으로 생산 분야는 가벼이 다루고 있어 푸드플랜의 본질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푸드플랜은 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소비·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환경·문화·복지 등 다양한 사회영역과 결부시켜 다루는 신개념 먹거리정책이다. 먹거리의 안정적인 생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의 중심에 농업을 결부시키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을 살펴보면 농업이 푸드플랜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개정안은 푸드플랜에 포함해야 할 내용으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먹거리 안전성 확보 △먹거리 복지 및 영양 관리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역 내 먹거리 순환이나 도농교류 등의 내용도 들어가 있지만 생산기반 안정과 식량자급 개념을 확실히 보장하진 않았다.

윤병선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개정안대로라면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수입을 해서 공급해도 문제될 게 없다. 푸드플랜의 기본은 안정적 생산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식약처의 농업분야 침범에 대해 법으로 선을 긋고 푸드플랜의 가치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결국 주도권은 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등이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도농상생 이구동감 소통마당’에서 1대1 공급협약을 맺은 서울시 자치구 및 지자체장들이 단상에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시의 푸드플랜은 농업 생산지역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먹거리의 안정적 생산·공급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에 1대1 공급협약을 맺은 서울시 자치구 및 지자체장들이 단상에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푸드플랜 선도지역인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먹거리 기본조례」와 비교해 보면 개정안의 아쉬운 점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조례는 ‘미래의 식량보장을 위해 중소가족농을 배려하는 도농상생의 먹거리체계를 만든다’는 문구를 기본이념으로 새겨넣었다. 먹거리 생산능력이 없는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생산기반을 보장하고자 했으며, 150명 규모의 거대 시민위원회에 푸드플랜 운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정책의 독립성 및 민주화를 실현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현권 의원 측은 “처음 만든 개정안이라 앞으로 계속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 일단 공론화를 시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첫 발을 떼면서 기초적인 내용만을 담은 것이다. 향후 푸드플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시작 단계에서 하나의 계기를 만들려는 뜻으로 국회에서 발의한 것 같은데 나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정부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 개정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배옥병 서울시 먹거리정책자문관은 “기본적으로 푸드플랜의 가치와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기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라는 기존 법률이 갖는 한계가 있다. 먹거리 문제를 종합적으로 담은 별도의 기본법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푸드플랜의 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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