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동시선거, 미리 대비하자

  • 입력 2018.05.11 13:22
  • 수정 2018.05.11 13:25
  • 기자명 김순재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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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조합장 선거에 대해 호들갑스런 언론은 늘 당면해서야 농협의 부정적인 부분을 비틀기에 바쁘고, 일상에서 농협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농민 조직들도 당장 직면해있는 여러 현안에서 조합장 선거로 관심을 돌리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금 곳곳에서 농협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관심 받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 3월에 있을 농협 조합장 동시선거와 관련해 현장은 조용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농협의 방향성을 집중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조합장 선거를 거치며 농협은 점점 더 어려운 곳으로 내몰리고 더불어 농업과 농민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협 조합장 동시선거는 내년 3월 둘째 주 수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날 전국 약 1,050여개 이상의 지역·품목농협이 조합장 선거를 실시한다. 이 선거에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고, 농협의 주인이라는 대다수의 농민들도 별 관심이 없다. 이러한 현실이 그리 옳지 않다고 생각돼 다가오는 농협 조합장 선거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공직선거와는 전혀 다른 농협 조합장 선거

농협은 아주 특이한 조직이다. 또한 그 조직을 대표하는 조합장은 아주 특이한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농협 조합장은 상임조합장이건 비상임조합장이건 상관없이 농협 법인을 대내외적으로 대표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조합장이고 그 농협의 이사회·총회 의장이며 조직의 규정에 의한 여러 분야의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협동조합은 본래 공산당의 조직이고,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공산주의 방식의 선거이다. 공산당원만 공산당 조직의 선거를 하듯이 농협을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공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자본주의이고, 자본주의 사회가 채택하는 정치질서 체계와 공산주의 국가가 채택하는 정치질서 체계는 다르다.

그러니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도입한 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선,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공직선거와 관련된 선거운동 상식 같은 것은 사실상 필요가 별로 없다고 보면 된다.

조합장 선거는 기존의 공직선거와 전혀 다른 선거라고 봐야 한다. 농협 조합장 선거는 ‘선거’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지방선거, 총선, 대선과 전혀 다른 선거이다. 조합장 선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은 아예 기존의 선거를 머리에서 지워야한다. 선거 규정은 공직선거를 준용하고 있지만 선거 내용은 공직선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여러 공직선거를 염두에 두고 조합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면 그 선거는 치르기가 어렵다. 당연히 이 선거에 정당은 개입하지 않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래서 조합장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조합장 선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해당 선거는 매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개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유별나게 어려운 선거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유권자의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특이한 고령층이고, 지역의 토착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령의 유권자는 변화를 싫어하고, 토착 유권자들의 대다수는 출마자들과 여러 관계로 묶여 있다.

이러한 조합원 유권자는 농협의 변화가 농협 구성원인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도 변화를 택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나는지는 굳이 추가로 설명하지 않겠다. 그러한 결과들로 나타난 분명한 내용은 조합장들 중에서 개혁적인 성향의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고, 다수가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보수’라는 의미도 특별히 그 내용을 따지지 말고 그냥 그렇게 ‘보수’라고 인식해야 한다.

농업·농촌을 활성화시키고 농민의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특히, 일선 농협을 이끄는 조합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조합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2015년 3월 11일 열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경기도 김포시 한 농협 지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농촌을 활성화시키고 농민의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특히, 일선 농협을 이끄는 조합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조합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2015년 3월 11일 열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경기도 김포시 한 농협 지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조합장 선거에 대비하는 자세

조합장 선거는 폐쇄적이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등록을 하고 무엇으로 선거운동을 하는가? 대다수 농협은 선거운동방식을 공보물·문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고, 토론회·유세도 거의 없다. 무엇으로 후보를 알리고 득표를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 할 것인가? 사실상 없다. 막상 선거에 돌입하면 각 후보들이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보내는 공보물, 문자에선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래서 선거에 돌입하면 후보자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내년 3월에 실시되는 선거라도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올해 10월이면 그 이전부터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에 의해서 후보 구도가 거의 끝난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출마해 당선되고자하는 후보 누구나 비슷하게 열심히 하니 선거 훨씬 이전의 준비 태세에서 사실상 결정이 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농민단체나 시민단체, 언론에서 선거 직전에 농협 개혁이 어쩌고 하는 소리들은 전부 ‘단체들의 조직 활동, 언론의 역할을 하는 척’하는 면피용에 불과하고 ‘농협이 농업·농촌·농민에 복무하도록 할 실질 내용은 없다’고 보면 된다. 선거를 치른 당사자로서 선거를 준비하는 현장에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좀 있다.

첫째, 금전 살포가 선거를 좌지우지한다고 이야기 하지마라.

언론과 사법기관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빌어서 조합장 선거에서 금전 살포가 만연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은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금전 살포가 지금까지 일어난 현상이면 대비책을 세워야지 ‘상대 후보가 금전을 살포해서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 패배자가 ‘자기 위로를 얻기 위한 구시렁거림에 불과’하다.

금전 살포는 예측하고 그 대비책을 세워야한다. 금전을 살포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이 자료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조합장의 보수와 상여금이 얼마나 된다고 ‘4년 임기의 조합장이 몇 억을 쓴다’는 말인가? 현실적으로 쓰는 게 맞다면 반드시 그 조합장은 후대에 이르러 그 지역에서 그 자손들이 ‘도둑놈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금전 살포가 일어난다’고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질적으로 금전 살포를 막을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고, 조합원들이 비록 지역에서 얽혀 있고 고령화돼 있지만 돈 몇 푼에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편이다. 그래서 금전 살포가 문제라고 탓하지 말고, 대비책을 세우고 미리 더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한다.

둘째, 현직 조합장이 유리하다는 소리 좀 하지마라.

조합장 선거를 진행하면 ‘깜깜이 선거’라서 현직에게 엄청 유리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합장 선거를 한번 거치면 조합장의 40% 정도가 교체된다. 이건 통계 자료에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 현직 조합장이 선거에서 훨씬 불리하다고 본다. 현직 조합장은 합법이건 불법이건 조합원 명부와 연락처 등에서 유리할지 몰라도 이미 선거라는 과정을 거치며 50% 이상을 득표한 경우가 거의 없으니 상대적으로 적도 많고 여러 측면에서 불리하다.

현직 조합장은 일상이 선거운동이라고 해도 결코 그러하진 않다. 현직 조합장은 무장하지 않은 열기구가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이 매우 공격 받기에 쉬운 위치에 있다. 그러니 실제로 현직은 일반 출마자보다 조합원 정보 등에서 유리하지만 많은 면에서 불리하다. 현직이 유리해 보이는 것은 ‘조합장이니까, 일상에서 늘 조합원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니 새로이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도 일상에서 현직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현직에 비해서 불리한 구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 현황을 분석하고 늘 조합원을 만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기반이 최소 선거 6개월 전에는 완료돼야 한다.

셋째, 출마하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처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선거에 나가는 사람은 평소에 싹수가 있었어야 하고, 그 싹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 후보보다 더 싹수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즉, 조합장 선거는 늘 싹수를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또 후보가 되고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은 평소 스스로를 바르게 처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선거에 임하면 염치가 좀 없어도 주변에서 이해를 해준다.

평소에도 염치가 없고 선거에서도 염치가 없으면 곤란하지만 평소에 일정정도의 싹수가 있는 사람이면, 선거에서는 염치가 좀 없어도 된다. 선거에서 염치를 너무 차리면 득표에 반드시 지장이 따른다. 나설 자리, 참을 자리를 가려야 하지만 문상이나 혼사의 자리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유권자의 손을 잡을 줄 아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염치, 체면 차린다고 쭈뼛거리기보다는 적극 나서는 것이 선거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은 경조사비를 그리 겁낼 필요도 없다. 5만원 경조사비와 관련해 당선된 조합장직이 날라간 조합장은 없다. 단, 무작위로 아무에게나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거에서는 득표를 위해 일정정도의 염치는 없어야 한다. 그러하다고 너무 뻔뻔스럽게 처신하지 말고 진실하게 조합원 유권자들을 대하면 된다. 돈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유권자를 진실하게 대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인다.

늘 미리미리 적정하게 처신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몇몇 농협을 제외하고는 지금부터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열심히 지역 경조사만 챙겨도 지역 유권자의 1/3은 만난다. 싹수가 있고, 진실하게 다가가면 선거에서 ‘당선 40% 이상’의 확률에 도전하는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넷째, 선거에 나서려면 신뢰할 사람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어라.

선거에 나서려 할 때는 본인의 출마여부에 대해 주변의 객관적인 평가를 냉정히 받아야 하고 출마의 마음이 굳혀지면 주변으로부터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해석과 각 행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선거법의 폭넓은 해석이다. 조합장 선거운동은 본인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호불호’를 밝히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적인 곳에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고 누구를 지지한다 아니다를 밝히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도 사적인 대화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출마 당사자가 선거를 위해 거짓말하지 않고 나쁘게 비용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의논해 조금씩 사람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잘 알려지지도 않을뿐더러 선거운동이라고 보기도 힘든 부분이다.

그러니 지역 현황에 맞는 적정한 외곽 조직을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을 규합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농협을 더 일 잘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지역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선거운동이라고 보기도 힘든 측면이 있다. ‘선거운동’이라는 것이 본인의 당선 혹은 상대방의 낙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선거를 준비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다섯째, 선거법을 익히고 법을 어기지 마라.

농협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이고 위탁선거는 넓은 범주에서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니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하고 어떤 행위에 앞서 반드시 일정정도의 전문성이 있는 제3자의 법률 조언을 받아야 한다.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의 불법 행위는 선거의 당락과 직결되니 처신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선거법을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선거법을 충분히 지켜가면서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매우 많다.

단순히 일신의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뜻을 모아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복무할 생각이 굳건하다면 현실을 탓하지 말고 현실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창원 동읍농협의 여러 사업의 흐름을 보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지금 현실에서 농협의 가장 중요한 위치는 조합장이다. 조합장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느냐가 조합을 개혁해 나가는 것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농업과 그와 관련된 중요한 사업을 할 조합장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남 탓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자.

‘김순재의 농협 빗장풀기’를 매월 1회 연재합니다.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던 김 전 조합장이 들려주는, 늘 곁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농협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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