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③]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

농협 개혁, 농민조합원 공감에서 출발해야

  • 입력 2018.05.11 13:21
  • 수정 2018.05.14 09:1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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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회장 선출 ‘전 조합원 직선제’로 … “대의원 건강해야 농협이 산다”

‘괴물’이 된 농협.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이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말의 형상을 한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를 빗대어 설명한 농협의 현재 모습이다. 이는 협동조합인 농협에 지주체제를 도입한 데 따른 성토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쌀이 생산되는 강원도 철원군에서 농협 개혁을 위해 뛰어 온 김 회장을 지난 8일 철원군농민회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철원에서 농민회 활동을 시작하며 2000년대 초반 지역농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작정 철원농협 총회에 참석했으나 발언을 제지받자 대의원의 존재를 알았고, 그 대의원을 하고자 마을 영농총회에 갔더니 철원농협에서 점찍은 사람들이 이견 없이 대의원이 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듬해 스스로 대의원을 하겠다고 손을 들자 마을사람들은 얼음이 됐다고 한다. 드문 경우라서다. 그게 시작이었다. 대의원이 된 농민들은 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이후 철원의 지역농협에선 부패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농협에서 파생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문제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의원이 건강해야 농협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농협개혁지론이다.

김 회장은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서 협동조합개혁위원회(협개위)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0~2012년 당시 전농 협개위가 왕성하게 운영됐을 당시 참가한 농민회원과 참가자들이 지역에서 농협 개혁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 회장은 “전농이 협개위를 재가동해 커리큘럼을 정리하면 지역에서도 이를 활용해 고립된 농민회를 확장하거나 지역농협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철원군에서 농협 개혁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2000년대 초반 전농 차원에서 농협 개혁에 나섰다. 철원에서도 의식있는 농민들이 지역농협의 대의원이 됐다. 발언권을 확보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회의를 하면 조합장을 중심으로 일부 대의원은 농협 입장을 대변하고, 우리는 계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늘 회의가 길어졌다. 한 번의 회의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했다. 미리 정보도 알고, 대의원들이 논의를 거쳐 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의 활동을 눈여겨본 대의원들이 대부분 가입했다.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하고 첫 번째 총회에서 안건에 대한 표결을 했는데 우리가 이겼다. 조합장도, 직원들도 놀랐다.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대의원들이 자기 역할의 소중함을 알고 긍지를 갖게 됐다. 그러면서 회의수준도 더 높아졌다. 이후 인근 지역농협도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했다. 연대를 통해 올해엔 쌀값을 이정도 수준으로 제시하고, 그 이하로는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철원의 벼값을 결정할 수 있는 기본 동력이 확보됐다.

하지만 노무현정부에서 정부 수매가 없어졌다. 정부와 농협, 장사꾼도 쌀값 결정을 안 하면 무주공산이다. 철원이 전국에서 제일 먼저 생산하니까 우리가 먼저 하면 된다고 했다. 대의원협의회 입장을 정리하고 총회에 붙였는데 조합장이 펄쩍 뛰면서 망한다고 했지만 결국 통과됐다. 결국 철원이 높은 가격으로 치고 나가면 전국에서 철원 쌀값을 기준으로 각지의 쌀값을 결정했다. 뒤에선 대의원협의회가 구성된 경기도 이천의 지역농협과 여주시농민회가 정보를 교류하며 버텨줘 가능한 일이었다.

조합이 어려움에 빠질 땐 조합원이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지역농협에서 수탁이 일반화됐지만 우리는 거부했다. 조합원들이 수매대금을 늦게 받겠다고 결의하며 지역농협의 숨통을 트여주며 수탁을 막아냈다. 또한 10년 전 쯤 벼를 팔다가 적자가 엄청 늘어나 철원농협이 문을 닫을 뻔 했는데 조합원이 나서 해결한 사례도 있다. 농협중앙회에서도 전국에서 이런 농협은 처음이라는 후일담이 돌았다.

- 농협중앙회를 진단한다면.

이름만 농협이다. 농협중앙회의 가장 큰 문제는 협동조합의 취지를 탈색하는 지주체제로 바뀐 것이다. 농민들과 전농은 연합체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농민조합원들은 전체가 병들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지 헷갈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썩었다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엔 농협 군지부가 있다. 누군가는 경쟁이라고 하지만 맛있는 건 군지부가 다 먹고 쓰고 떨떠름한 것은 지역농협이 먹어야 되는 건 경쟁이 아닌 차별이다. 반대로 지역농협의 활동을 군지부가 지원하고 힘을 보태야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 소속이 농협중앙회라도 수익은 철원에서 발생하는 만큼 지역농협에 결산을 공개해야 한다.

또 하나는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다. 대형마트와 농협의 차이점은 농민이 생산한 우리농산물을 판다는 점이다. 그 선명성으로 여태 버텨왔다. 이 정체성을 잃는다면 존재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보자. 농협에서 하나로마트 대형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 늘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알만한 대형유통업체들은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선점하고 있다. 열악한 하나로마트는 수익을 내야하니 수입농산물까지 판다. 원인은 결국 농협이 전국에 하나로마트 대형매장을 확보하지 않은 태만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각성도 필요하다.

농협에 있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은 농협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 선출이다. 이는 200만명인 전국의 조합원이 농협을 알게 하는 최고의 단초다. 지금은 농민조합원들이 회장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면 농협중앙회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궁리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농협에 갖고 있던 갑갑함들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또한 선거 과정은 농업 문제가 우리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장을 뽑는 것만큼의 분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덧붙이자면 협동조합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한 부분에 대한 해제가 필요하다. 경제인단체도 정치활동을 하는데 왜 농협이 그걸 못하나. 농민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선 분명한 의사 표출을 해야 한다.

- 지역농협에 대한 진단도.

물론 조합원이 건강해지는 게 가장 좋지만 일단 대의원이 건강해져야 한다. 생각있고, 의식있고, 책임있는 조합원을 대의원으로 구성해야 농협이 살 수 있다. 요식행위가 된 총회도 제대로 운영되고 조합장도 피부에 와 닿는 사업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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