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길이 우리의 길입니다

[기고] 정광훈 의장님 7주기에 부쳐

  • 입력 2018.05.09 12:37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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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도둑 같이 찾아 온다”며 평생을 통일운동에 힘써 온 고 정광훈 의장은 봄이 되면 ‘통일모내기’에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통일은 도둑 같이 찾아 온다”며 평생을 통일운동에 힘써 온 고 정광훈 의장은 봄이 되면 ‘통일모내기’에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먼데서보면 하얀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듯 보여서 이름이 그렇게 되었다죠. 배고픈 민중들의 함원이 만들어낸 이팝나무는 의장님이 돌아가신 그즈음에도 활짝 피었더랬습니다. 당신의 뜻하지 않은 죽음과 활짝 핀 이팝나무의 모습을 연결 시키는건 , 나의 소심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선지 이팝나무꽃이 더 탐스럽게 보이는 땅끝으로 가는 길을 달려 해남군 마산면 은적사길 외진 산속에 의장님의 꿈과 희망을 담았던 옛집을 찾았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인지 마당에는 풀이 무성하고 의장님이 그렇게 바라던 민중교육장은 짓다 만 채로 뼈대만 잡초 속에 누워 있습니다. 의장님이 가끔 말씀 하시던 동백나무는 유유자적 꽃망울을 매달고 있고 대숲은 청청 하늘을 찌릅니다. 의장님이 쉬셨을 대나무 평상은 골조만 남았을 뿐, 앉을 수 없지만 의장님 흉내를 내며 걸터앉아봅니다.

down down WTO! down down FTA! down down U.S.A!

이것은 당신의 특허 어록에 속합니다. 세계민중사에 기록될 우리의 말이며 무기이죠.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는 당신의 어록에 등장하는 수많은 말들은 당신의 것도 있고 당신 것으로 만들어 버린 세계적 혁명가들의 말도 있더군요. 돌아가시기 직전 ‘혁명으로의 초대장’에 예외 없이 등장했던 말, “아이 혁명은 어느 순간에 확 와불어야!” 그걸 기다리라던 당신이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시다니….

지금 우리는 미완의 촛불혁명 선상에 있는 것 맞죠? 촛불혁명이 혁명으로 완결 되려면 현재 조성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평화와 통일로 완성시켜야겠지요. 그렇게 한다면 촛불은 봉기를 넘어 혁명이 될 것입니다. 의장님이 말씀하신 부지불식간에 혁명은 완수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이 혁명의 장에서 우리는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늘 고민하고 실천하던 의장님이 금방이라도 거처하던 방에서 문을 열고 “아이 거기서 뭣허냐?” 그러실 것만 같군요.

의장님! 진보연대에서 물러나신 뒤 고향으로 돌아와 많은 고민을 하셨을테지요. 늘 생각이 미치면 실천을 하신 당신이기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의장님으로선 거금이던 돈을 내어 마산면 집을 사시고 거기서 의장님의 두 번째 꿈을 만들어 보려 하신 거 맞죠? 자산이 없어야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당신의 원칙을 깨고 스스로 자산을 만드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쌀값 쬐끔 올려주쇼 예. 한다고 세상이 바뀌냐?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좀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된당게” 그 말은 곧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연대가 중요하다는 말씀 귀에 쟁쟁합니다. “민중들의 연대와 단결이 없으면 백전백패여. 그래서 전선이 중요허지. 투쟁도 세계화를 시켜야 혀!” 일부러 책을 사서 건네 주시며 하시던 말씀도 생생합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을 고장 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은 투쟁의 세계화뿐이라는 말씀 지당한 말씀이죠. 그래서 마산면 집은 민중교육, 농민교육의 장으로 쓰시겠다며 힘든 일을 마다않고 뼈대를 올리고 흙벽돌을 찍으셨지요. 그 꿈은 우리에게 넘겨주시고 하늘나라에서 드라이버로 혹 고칠 것 찾으러 다니시나요?

의장님의 꿈은 우리의 꿈이며 민중의 꿈입니다. 꽃잎 하나하나 모여 커다란 고봉밥을 만드는 이팝나무처럼 당신의 꿈을 완성시켜 보겠습니다. 의장님의 흙 묻은 손 대신 우리의 손으로 흙벽돌을 찍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2, 제3의 당신이 길러지고 만들어지게 하렵니다. 투쟁의 세계화를 위해 모두가 의장님의 ‘드라이버’를 손에 들겠습니다. 당신의 길이 우리의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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