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방역 강화인가? 정부의 책임 회피인가?

개정된 가전법, 축산농가 반대 속 1일부터 시행
살처분 보상금 감액 기준·지자체 방역 권한 강화

  • 입력 2018.05.06 10:10
  • 수정 2018.05.18 10:3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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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이 축산농가들의 반대 속에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가전법은 국가재난이라 할 수 있는 고병원성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예방 책임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 축산농가에 넘겨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10월 정부가 공포해 6개월 뒤인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된 가전법 시행을 통해 현장 초동 방역 조치를 강화할 뿐 아니라 농가의 자율 방역 책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가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AI·구제역 발생 신고를 늦게 한 농가는 최대 40%까지 살처분 보상금을 삭감하고, 살처분 명령 이행을 지연한 경우엔 최대 60%까지 삭감하게 된다. 닭과 오리는 축사별 전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20% 감액되며 육계와 육용오리는 일제입식·출하 및 휴지기 관련 기준을 어길 시 20% 감액하는 기준이 신설됐다.

특히, 최근 5년 내에 동일 가축전염병이 동일 농장에서 재발생하면 2회 발생은 20%, 3회 발생은 50%, 4회 발생은 80%씩 살처분보상금이 감액된다. 발생 농장은 살처분보상금을 20% 감액하는 기존의 감액 기준을 감안하면 5년 내 2회 발생 농장은 최대 40%까지 감액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만, 시·군별 발생농장 중 최초 신고 농장은 20% 감액이 경감되며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 농장과 방역기준 준수 등 방역 노력이 인정되면 10% 감액을 경감 받을 수 있다.

지자체장이 중점방역관리지구 내의 농장에 대해 사육제한명령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된 점도 축산농가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전법 제3의4, 5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중점방역관리지구 내에서 해당 가축의 사육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중점방역관리지구는 AI·구제역이 자주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높아 농식품부 장관이 지정한 지역으로 올해 기준 375개 읍·면·동이 지정됐다. 지자체장의 사육제한명령을 어길 시 동법 제5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가전법 개정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만 가능했던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시·도지사와 특별자치시장도 할 수 있게 됐다. 농식품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필요시 농가에게 농장의 폐사율과 산란율을 보고토록 할 수 있어 농장의 방역 상황 점검도 가능하게 됐다.

이같은 지자체의 권한 확대는 전국적인 방역관리에 혼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의 독자적인 반입금지조치와 사육제한 권장으로 낭패를 봤던 축산농가들에겐 중앙정부의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가금 생산자단체들은 지난달 가전법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농식품부에 건의했다.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 한국오리협회는 합동 대정부 건의서에서 “살처분 보상금 감액기준 강화 등 각종 규제 강화를 재검토하고 인센티브 지원 등 농가가 솔선해 동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각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초법적인 과잉대응을 즉각 중단하도록 정부에서 조속히 조치해야 한다”면서 “지자체 방역권한 강화를 원점 재검토하고 방역조치는 정부 차원에서 일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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