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농민권리선언 채택 더 미뤄선 안 돼”

피막 사무총장 “모든 국가 농어민, 2등급 국민 취급당해”
11월 피막 세계총회 앞두고 서울서 국제세미나 개최

  • 입력 2018.05.05 08:32
  • 수정 2018.05.13 21:1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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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과 한국가톨릭농민회가 지난달 26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UN의 농민권리선언과 한국농업’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연 가운데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과 한국가톨릭농민회가 지난달 26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UN의 농민권리선언과 한국농업’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연 가운데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인도에서는 매년 1만2,000명 이상의 농민이 부채와 농지수탈 때문에 자살을 한다. 프랑스 역시 부채와 글로벌 경쟁에 내몰린 500~600명의 농민이 자살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4분의 3은 농민과 농어촌지역 주민들이다. 매년 4,100만ha의 농민의 땅이 사라지고 있다. 초국적 기업에 의한 강제적인 GM작물은 농민의 노예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농어촌 지역은 점점 그 권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 사무총장이자 UN인권이사회 워킹그룹 멤버인 조지 페르난데스가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밝힌 전 세계 소농들의 현실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농민권리선언’의 배경이기도 하다.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ural Adult Catholic Movement, FIMARC, 피막)은 비아캄페시나와 연대해 올해 유엔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바지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톨릭농민회와 피막이 지난달 2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UN의 농민권리선언과 한국농업’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조지 페르난데스 피막 사무총장은 유엔 농민권리선언 워킹그룹 멤버로서 최근 농민권리선언 채택과 관련한 논의동향과 의미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농민투쟁은 많은 나라에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국 농민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농민권리선언이 유엔에 제안될 때부터 참여했다. 농업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농산물이 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완전 개방되고 있는데, 식량을 많이 생산하는 것에만 초점을 둘 뿐 식량이 어떻게 나오는지 관심 밖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 국가들은 선언문 초안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한국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선언문을 지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가 절대다수를 넘는 상황에서 반대 국가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반구 국가들에게 이 선언문은 농민과 농어촌 지역에 가해지는 부정의, 기아와 영양실조 비극에 대항하는 수단이다. 선언문 채택 자체로 끝이 아니며 공공정책 개선과 강제할 수 있도록 선언문의 원칙이 국가의 법령 속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은 한국정부의 답답한 농민인권 인식을 질타했다. 김 위원은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상정된 농민권리선언 논의가 올해로 6년째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불법이주 노동자 문제, 토지에 대한 권리, 종자에 대한 권리 등이 국내법과 상충된다며 농민권리선언 채택에 사실상 반대인 ‘기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를 비롯한 미국 등에서 말하는 국내·국제법과의 상충된다는 논리는 너무나 저급하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 회의에서 한 국제법학자가 모든 국제법 보다 인권에 우선성이 있다, 지적재산권이 농민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고 명료하게 정리했다”고 전하며 농민들의 권리가 더 이상 강대국의 논리에 일방적 피해를 입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필립 비스와스(방글라데시 지역재건재단 이사장)·로니 조셉(인도 행동그룹네트워크 대표) 등 피막 아시아네트워크 코디네이터들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정한길 가톨릭농민회장은 인사말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농민권리선언 채택 논의는 지난 4월 제네바에서 열린 5차 실무그룹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전 세계 농민들과 함께 농민권리 채택과 실질적인 농민권리 신장을 위해 연대하는 데 더욱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편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피막 세계총회’가 오는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한국에서 열린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세계총회를 앞두고 아시아대륙 활동을 평가하고 세계 총회를 준비하는 대륙별 회의 중 하나로 개최됐다. 11월 세계총회에서 한국가톨릭농민회는 ‘백남기농민 사건’을 주제로 세션을 준비하고, 피막은 백남기농민 유가족을 초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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