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철원에 축사 허가 남발 웬 말이냐”

철원군 동송권역 주민들 거센 항의

  • 입력 2018.05.04 11:06
  • 수정 2018.05.14 09:47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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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무분별한 축사 건립 허가에 철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철원군청 앞,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철원군 동송권역 주민 100여명이 머리에 빨간띠를 두르고 소리 높여 ‘투쟁’을 외쳤다(사진).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각종 군사보호 규정에 묶여 개발과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전국에서 가장 낙후됐는데, 이제는 한도를 넘는 축사 때문에 주민들의 시름이 커져간다”고 한탄했다. 또한 “코를 찌르는 가축분뇨 냄새 때문에 철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철원의 청정이미지를 냉소하고 오대쌀의 명성을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천경산 철원군이장협의회장은 “철원인구가 대략 4만7,000여명인데 80%가 농업에 종사한다. 청정철원에서 깨끗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농사를 짓고 판매를 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축사가 너무 많이 생겼다. 앞으로도 더 들어설 거라고 한다. 우리 같은 농사꾼은 죽으라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병태 오덕3리 이장은 “동송읍 전체를 축산단지로 만들 작정이냐?”라고 호통치며 주민의 각성과 단합을 제안했고, 정희섭 양지리 이장은 “우리 마을은 철새마을이다. 양지리 일대 3만평에 축사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새들이 마을을 떠나면 우리한테 남을 건 똥냄새고 오염된 물”이라며 마을의 앞날을 걱정했다.

양지마을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는 철새관광센터를 만들어 놓고, 주변에는 축사허가를 내줬으니, 이게 말이 되냐”며 일관성 없는 행정을 나무랐다. 더구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안 내줄 이유가 없다”는 공무원들의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이현종 철원군수의 답변을 요구했고, 각 마을 대표단과 군수의 면담이 이뤄졌다. 대표단은 입을 모아 청정철원을 내세우면서 축사허가를 남발하는 행정의 모순을 지적했다. 동시에 축사 추가 건립 반대는 물론, 이미 완공된 축사의 철거까지 요구하는 주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은 현행법상 위법한 사실이 없는 축사에 대해서는 철거를 지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희섭 이장은 “지금 건립 중인 축사들이 규정에 따라 공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철저히 실사를 해서 위법한 사실이 발견되면 공사중지 명령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병태 이장은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는 축사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며 엄격한 관리 감독을 요구했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이라며 “철원군민 대부분이 마시는 물의 취수원장 근처에 축산단지가 들어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철원의 상징인 한탄강에 래프팅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물 오염을 지적하면 철원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게다가 지금 접경지역을 DMZ 생물다양성 보존지구로 선정받으려고 민관이 협력하고 있는데, 축사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에 더해 “청정철원을 만들기 위해 전반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특별지구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군수는 “신규 축사 건립을 가능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일 차기 철원군수 출마를 선언했다. 철원군수 자리가 공석이 된 가운데 뜨겁게 달아오른 축사 문제는 선거 이후로 유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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