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마늘 재배면적 예측 실패 … 수급 초비상

통계청 재배면적 조사결과 양파 35%·마늘 20% 증가
당초 예상치 2배 수준인데 농식품부 수급대책은 ‘찔끔’

  • 입력 2018.05.04 10:52
  • 수정 2018.05.17 16:5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올해산 양파·마늘 생산량이 당초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상치를 두 배 가량이나 웃돌 전망이다. 재해 수준의 기상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수확기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상이 걸린 수급상황에 비해 농식품부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일 농업관측에서 평년대비 올해 양파 재배면적이 17%, 마늘 재배면적이 11%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실제 재배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파 재배면적은 35%, 마늘 재배면적은 20%가 늘었다.

이에 따라 당초 각각 15만5,000톤·1만3,800톤으로 예상했던 양파·마늘 초과생산량은 31만1,000톤·4만2,000톤으로 늘어났다. 당초 예상치만으로도 폭락이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역대 최악의 수급불안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양파 생산량의 주력인 중만생종 수확은 이달 중순부터, 마늘 수확은 이달 하순부터 시작돼 그 시기 또한 코앞에 닥쳐 있다.

정부의 양파·마늘 재배면적 예측 실패로 가격폭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대책 미비로 수확을 앞둔 농가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여성농민들이 햇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의 양파·마늘 재배면적 예측 실패로 가격폭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대책 미비로 수확을 앞둔 농가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여성농민들이 햇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상황이 이런데도 농식품부의 대응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통계청 재배면적 조사결과 발표 이후 구체화하겠다며 대책 발표를 미뤄 왔던 농식품부는 통계청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재배면적 예측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 지극히 소극적인 대책을 내놨다.

중만생 양파 초과생산량 25만2,000톤 중 농식품부의 시장격리 물량은 3만7,000톤(수매비축+사전면적조절)뿐이다. 마늘은 초과생산량 4만톤 중 6,000톤을 격리한다. 나머지 초과생산량 해소는 민간 자율 수급조절과 소비확대, 수입물량 국산 대체 등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 예산투입이나 체계적인 관여 없이 민간이나 지자체에 협조를 구하고 홍보하는 식의 간접적이고 불확실한 방법이다.

지난달 25일 농식품부 수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한 차례 집회를 열어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던 전남지역 농민들은 이같은 발표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전남도의회에서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농식품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힐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성명을 통해 “통계청 발표와 2배 이상 차이나는 재배면적 예측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뿐 아니라 농정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또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확정됐음에도 대책은 과거 진행했던 방식 그대로 수치만 조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한마디로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기능을 방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