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민들 “남북 갈라진 아픈 현장에서 통일 열망 봤다”

비아캄페시나 ICC, 철원 농촌현장 방문
민통선 너머 공동급식장·북한땅 큰 관심
철원군농민회 방문지 곳곳 동행

  • 입력 2018.04.26 14:01
  • 수정 2018.05.13 21: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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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철원평화전망대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분단의 현장을 축소시켜 모형화한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철원평화전망대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비무장지대 등 분단의 현장을 축소시켜 모형화한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곳곳의 분단 현장을 방문한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들이 철원평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통일된 한반도"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남북이 갈라진 현장에 직접 와 보니 통일 문제가 한국인들에게 왜 중요한지 알게 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세계 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남북 분단의 현장인 강원도 철원을 방문했다. 민간인통제구역 안 평화전망대에 올라 북한 땅을 확인하는가 하면 모내기시기에만 운영되는 '못자리 공동취사장'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궁금증을 계속 풀어냈다. 철원 곳곳의 분단의 현장을 둘러본 국제조정위원들은 한국이 왜 통일을 열망하는지 공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비아캄페시나 ICC 회의가 한국에서 지난 17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번 한국 회의의 마지막 일정을 ‘철원 방문’으로 낙점했다. 철원의 농민들을 만나고 농촌현장을 둘러보는 것 뿐 아니라 분단현실을 직접 보고 듣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21일 화창한 날씨 속에 숙소인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출발한 비아 ICC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진 못한 채 버스에 올라탔다. 언론 보도나 책에서만 읽던 남북 분단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묘한 흥분이 어려 있었다. 철원에서는 철원군농민회 김용빈 회장을 비롯해 농민회원들이 차질 없는 손님맞이를 위해 고석정 주차장에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 손님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고석정 주차장에 도착한 뒤 비아 ICC들과 철원농민들은 비로소 한자리에 모였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색한 기운도 잠시 양측은 서로를 환영했다.

첫 일정은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평화전망대’였다. 50인승 규모의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른 비아 ICC들은 영어로 된 영상부터 시청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남북의 분단상황을 배우는 시간은 영상이 끝난 뒤였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유리창 너머 북한 땅에 대해, 남북한 분단 상황에 대해 또 치열했던 6.25 전쟁에 대해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국어를 포함한 5개 국어 통역으로 내용을 이해한 비아 ICC들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었다.

휴전선과 남북 군사한계선, 태봉국의 옛 성터를 지나가는 끊어진 경원선에 대한 김 회장의 설명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의 아픈 속내를 그대로 전달했다. 낯선 분단의 실체에 비아 ICC들의 질문은 다소 엉뚱하기도 했다. 20여분의 설명으로 분단체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은 “남북한 청춘들이 자유롭게 교제를 하고 결혼도 하나요” 같은 질문을 해 웃음꽃이 폈다.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내에 마련된 철원농협 못자리설치 공동취사장을 방문한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내에 마련된 철원농협 못자리설치 공동취사장에서 최진열 철원농협 조합장이 엘리자베스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에게 철원오대쌀을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점심은 더욱 특별했다. 평화전망대를 나온 다음 코스가 ‘못자리 공동취사장’에서 마련한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비아 ICC들은 철원 오대쌀로 갓 지은 밥과 푸짐한 반찬들을 각자 식판에 담아서 자리를 잡았다. 식성도 입맛도 각각 다른 21개국 농민들의 점심상에 곁들어진 것은 호기심이었다.

최진열 철원농협 조합장은 이날 점심시간 직후 비아 국제조정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 조합장은 철원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며 “이곳은 일반인들 쉽게 출입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지금 식사를 한 못자리 공동취사장은 철원군과 철원농협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공동투자 해 농번기 20일 동안 운영한다”면서 “하루에 적게는 400명에서 많을 때는 800명까지 농민들의 점심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아 ICC들은 “북한 농민들의 농산물을 철원농협에서도 다루는지”, “공동취사장 이용은 얼마의 비용을 내고 누가 이용 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최 조합장은 소포장 된 ‘철원 오대쌀‘을 참가자 모두에게 기념품으로 전했고, 비아 엘리자벳 사무총장은 비아캄페시나를 소개한 책과 비아를 상징하는 초록색 손수건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음 장소는 노동당사. 1945년 해방 이후 북한 땅이었던 이곳에 주민들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제일 먼저 노동당사를 세웠다. 1,2층은 사무국 공간이고 3층은 강당으로 썼는데 일제시대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극렬히 통제하던 한을 이곳에서 풀었다. 강당에서 회의도 하고 풍물연습도 하는 마을사람들의 ‘광장’ 노릇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주변에 많던 관공서 건물은 다 폐허가 된 채 노동당사만 유일하게 남았다. 노동당사로 오르는 계단에는 꼭 전차 폭만큼의 무너진 선이 칸칸이 이어지는데, 김용빈 회장은 “미국의 전차가 이 계단을 오른 자국이다. 포를 쏴서 건물 뒤를 보면 파손 자국도 보인다”면서 “해방 이후 북한 소유의 건물이 한국전쟁 이후 남한 소유가 됐다. 최근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에서 건물을 짓고 남에서 관리를 하는 셈”이라고 말해 공감과 호응의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함께 노동당사를 둘러보던 비아 ICC들은 노동당사 한켠 나무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철원농민회에서 10년 전에 통일을 염원하며 심은 통일나무가 쑥쑥 자라 그 그늘아래 사람을 품을 만큼 굵어진 것이다.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노동당사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노동당사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를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녹슨 기관차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노동당사 앞에서 열린 철원DMZ마켓을 찾은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ICC)들이 장터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 회장은 “남북이 갈라진 아픈 현장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이 땅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열망이 크다. 세계 각 지역에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여러분, 이번 한국 회의의 주제인 자유무역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투쟁하겠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날 분단의 현장을 직접 확인한 네덜란드 참가자 니콜라스는 “막연히 알고 있던 남북분단의 문제 그리고 통일의 문제가 한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 깨닫고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프랑스 참가자 캐더린은  “한국에 오기 전에 철원 방문 일정에 의아했다. 라디오 작가인 지인이 철원을 방문해 쓴 글을 통해 ‘철원은 관광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일정을 다 돌아보니 왜 전농과 전여농이 철원을 우리에게 보게 했는지 알았다”면서 “현재 한국정부의 상황까지는 잘 모르지만,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노동당사 주변에 마련된 농민장터에 대해 “일반 유통센터의 상품이 아닌 지역 농민들이 기르고 만든 ‘농민상품’을 보게 돼 다들 흥미로워했다”고 덧붙였다.

비아 ICC들은 이날 철원 일정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정렬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ICC는 “각 지역 ICC들의 이번 한국 회의 평가 점수가 아주 높다. 특히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토론회도 인상 깊었지만 그날 한국 농민들과 비아  ICC들간의 간담회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농업·농촌·농민의 소중함을 지켜나간다는 소신이 국경을 넘어 세계화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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