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봉준 장군이 자신이 스러져 간 그 장소에서 영예로운 부활을 알렸다. 그가 순국한 지 123년 만에 수도 서울에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을 기억하는 기념물이 세워졌다.
사단법인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이사장 이이화)는 24일 오전 종로구 서린동 영풍문고 앞에서 ‘전봉준 장군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초청된 내빈을 비롯해 시민 300여명이 참석해 전봉준 장군의 부활을 축하했다.
동상은 화강암으로 만든 좌대 위에 전봉준 장군이 앉아있는 형태로, 일본군에게 붙잡혀 가마 위에 앉아 압송되던 모습이 담긴 그의 마지막 사진을 참고한 것이다. 동상이 세워진 장소는 전봉준 장군 등 농민군 지도자들이 서울로 압송돼 사형 집행 전까지 갇혀있던 전옥서가 있던 자리다.
이번 동상 제작은 민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재원 마련(2억7,000만원)도 국민성금을 통해 이뤄졌다.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많은 민족, 민주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이 성금을 내어 건립기금을 마련했다”며 “정부 지원이나 기업체의 협찬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이 동상은 외래 침략에 저항한 민족운동의 상징물로, 평등과 자주의 가르침을 익히는 청소년들의 학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학계를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이 100주년을 맞았던 90년대부터 논의돼 왔으나 크게 진전이 없었다가, 지난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학혁명기념사업 관계자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급속 진행됐다. 현 영풍빌딩 앞인 옛 전옥서 터는 시유지여서 서울시의 협조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혁명이 내세운 반봉건과 척왜양창의의 정신은 4·19혁명, 5·18민주항쟁, 6월항쟁, 그리고 최근엔 촛불혁명으로 우리 현대사에 면면히 이어져 왔다"며 ”장군의 저 형형한 눈빛은 여전히 우리의 민주주의를 광장의 민주주의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로 전진시키라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라고,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