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②] 아산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

‘토종종자’로 쏘아 올린 지역공동체의 ‘희망’

  • 입력 2018.04.22 14:38
  • 수정 2018.05.14 10:0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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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콩나물·앉은뱅이밀 사업 성공 … ‘토종의 가치 현실 적용’ 도전 계속

지난 17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 위치한 아산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 저온창고에서 장명진 이사장(오른쪽)과 정은경 경영지원팀장이 앉은뱅이밀로 생산한 제품을 두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7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 위치한 아산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 저온창고에서 장명진 이사장(오른쪽)과 정은경 경영지원팀장이 앉은뱅이밀로 생산한 제품을 두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제터먹이는 순우리말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터 혹은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를 말한다. 아산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아산제터먹이)은 이름에서부터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충남 아산의 농민들이 생산한 토종 먹거리를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그것이다.

2012년 말 출범한 아산제터먹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콩나물과 앉은뱅이밀 등 토종종자를 토대로 다양한 도전 속에 우리 먹거리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17일 장명진 이사장을 만나 아산제터먹이의 도전을 확인했다.

우선 아산제터먹이의 태동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산시 음봉면은 전통농업을 고수해온 지역이다. 국내 유기농업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평가와 함께 한살림의 시발점이라고도 불린다. 40여 년 동안 시행착오 속에서도 유기농업을 일군데다 한살림 생산자회원도 많아서다. 이들은 푸른들영농조합을 만들어 친환경 농산물 및 가공식품 공급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도농간 격차로 인한 복지문제 등 농촌사회의 어려운 현실을 농민들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는 고민을 시작했고, 지역사회 공헌에 중점을 두며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했다. 아산제터먹이는 지난 2012년 12월 창립총회를 거쳐 이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2017년 기준 조합원은 178명이다.

아산제터먹이는 태동 당시 토종종자를 통한 사업을 목표로 정했다. 장 이사장은 “우리나라 전통 밭농업은 콩과 밀, 보리의 이모작이다. 전통농업 복원을 통해 누적거름으로 인한 땅의 황폐화도 막고 농가경제도 기여하는 한편, 토종종자도 확산시키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원료콩을 제주도 등 외부에서 들여와 생산했지만 아산제터먹이로 거듭나며 토종콩나물인 준저리콩을 심기 시작했다.

2014년 계약재배를 통해 콩나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해엔 사업지인 음봉면, 인주면, 송악면에서 7~8만평의 신청이 들어왔다. 아산제터먹이는 생산된 콩나물을 1kg 당 6,000원에 수매했다. 이 가격은 시중보다 시세를 조금 더 주는 차원이 아니라 농민들이 농업을 통해서 1kg을 생산하는데 드는 각종 비용을 산정한 금액이다. 장 이사장은 “최저가격 보장제를 농민들 스스로가 실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산제터먹이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 고액출자가 아닌 소액 출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 1좌 10만원씩 50좌인 500만원이 최대 고액출자다. 게다가 출자금에 따른 배당도 없다. 농민생산자들은 십시일반 참여를 했고, 배당이 없는 대신 생산비 보장 체계를 만들었다.

또한 농민들의 안정적 생산과 더불어 사회공헌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해마다 결산총회를 하면 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장 이사장은 “아산제터먹이보다 더 약한 공동체나 지역에 기여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과 취약계층 반찬나누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걸음이 순탄치만은 않다. 몇 년 전 계약재배에 문제가 생겼다. 아산제터먹이가 소화할 수 있는 필요 물량은 7만평 정도인데 콩값이 바닥을 치면서 15만평에 달하는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생산비 보장이 이뤄지며 시중보다 좋은 값에 수매하니 필요량보다 2배에 가까운 신청이 발생한 것.

당시 아산제터먹이는 소농과 고령농에게 계약재배 면적을 최우선적으로 배정하고, 1인당 2,000평을 넘지 않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생산자들이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이에 장 이사장과 이사진은 생산 포기를 결정하며 생산자들의 양보를 이끌었고 결국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아산제터먹이의 첫 번째 도전이 콩나물 콩이었다면 두 번째 도전은 앉은뱅이밀이다. 2015년부터 밀 생산을 시작해 지난해 42톤을 생산했다. 콩도 비슷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밀의 경우 밀가루, 라면 등을 제품화해 소비자조합원과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콩나물을 이용한 양념류, 전통장 소스, 앉은뱅이밀 등을 이용한 10여개의 시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며 앉은뱅이밀 국수나 콩나물국밥 등의 생산물을 이용한 식당도 문을 열 계획이다.

또한 농부학교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조합원과 시민·학생이 참여해 1년 동안 토종농사를 공동으로 짓고 수확하면서 농업과 토종의 가치를 배우는 자리다.

장 이사장은 “아산제터먹이는 종자주권운동을 토대로 시작한만큼 밀과 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토종의 가치를 현실농업에 적용하기 위한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엔 지역의 젊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아산제터먹이의 정신을 함께하고 싶다고 찾아 온다”고 전했다. 아산제터먹이의 도전은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농민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도전이 중단되지 않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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