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임자도의 기막힌 농지 임차료

평당 1,500원 임차료가 하루아침에 3,000원으로

  • 입력 2018.04.21 22:55
  • 수정 2018.05.17 16: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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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평당 3,000원. 전국 최고 수준의 농지 임차료다. 내로라하는 곡창지대에서도 이같은 임차료는 흔치 않다. 그런데 물이 줄줄 새나가는 임자도 모래땅에 평당 3,000원의 임차료가 등장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문제의 땅은 신안군 임자면 대기리와 도찬리 일원이다. 본래는 모래흙으로 이뤄진 산으로, 규사 생산·납품업체인 동아흥업㈜이 1970년대에 매입해 채굴 허가를 받고 약 30년간 규사를 채취한 바 있다. 이후 어쩐 일인지 산림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껏 농민들이 땅을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지역의 정상적인 농지 임차료는 평당 1,500원선. 문제의 땅도 줄곧 같은 수준으로 임대차가 이뤄져 왔다. 그런데 부산 소재의 소기업인 동아흥업이 멀리 떨어진 임자도의 땅을 관리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부터 목포 소재 부동산 중개업자인 A씨에게 땅을 일괄 임대위탁했다. 1,500원의 임차료가 3,000원이 된 건 이 때부터다.

전남 신안 임자도에서 농지 이중 임대로 인해 전국 최고액 수준의 임대차가 이뤄지고 있다. ‘평당 임차료 3,000원의 땅’에서 농민들이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전남 신안 임자도에서 농지 이중 임대로 인해 전국 최고액 수준의 임대차가 이뤄지고 있다. ‘평당 임차료 3,000원의 땅’에서 농민들이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이곳에서 농사짓는 이들은 외지 출신이거나 생활형편이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달리 농사지을 땅을 구하기도 힘들어 비싼 임차료를 내고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농사를 짓는 실정이다. 더욱이 올해 대파값이 폭락하면서 한층 심한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A씨는 3,000원 임차료에 대해 “직접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려 하는데 기존에 그곳에서 농사짓던 분들이 본인들 땅인 양 나갈 수 없다 했다. 그분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나도 임차료를 내고 땅을 빌린 처지로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해 3,000원 임차료 조건을 걸긴 했지만 제대로 낸 사람이 몇 없고, 올해는 가격이 안좋은 만큼 작년보다는 조금 낮게 받기로 구두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임자도 주민 B씨는 “들어와서 농사짓겠다는 계획이 너무나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얘기다. 결국 목적은 임대 장사로 돈을 벌겠다는 거고 농업법인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A씨가 밝힌 농사 계획은 “시설을 지어 파프리카를 재배해볼까 했는데 판로가 마땅찮고, 임자도에 유명한 튤립을 해볼까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 우선 시범적으로 조금씩 해볼 수 있는 것 중 인삼 수경재배를 생각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A씨의 계획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떠나 결과적으로 임자도엔 심각한 임차료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지 A씨로부터 직접 임차하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 C씨는 “모래땅의 물빠짐을 막기 위해 뻘흙을 깔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놓은 밭도 평당 임차료가 2,000원대다.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밭에서 3,000원을 받아버리니 임자도 전체의 임차료가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경자유전 원칙이 무너지고 소작농화된 농민들은 지주와의 신뢰관계가 있어야만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 신뢰가 무너지고 임대 주체마저 오락가락하자 믿고 농사짓던 농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현재 동아흥업 측은 문제의 직접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지자체 또한 문제를 방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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