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백세시대! 노년의 부모님 부양

  • 입력 2018.04.21 00:26
  • 수정 2018.04.21 00:37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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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철인 요즘, 최대 이슈는 고령사회로 인한 노인복지 공약이다. 특히 농촌사회는 전체 인구 중 80~90%가 고령의 유권자이기에 어르신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낙선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농촌 초고령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도 겨우 20농가 정도에 우리 부부와 2~3명을 제외하면 거의 80~90세 이상의 어르신들만 거주하고 계신다. 해가 갈수록 아프신 분들은 많아지고 집에서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으시거나 매일 노인유치원에 가시는 몇 분들을 제외하면 이제는 하나 둘씩 정든 집을 떠나 요양원이나 노인병원에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 속에서 부모님을 모시거나 주변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걱정이 많다. 예전같으면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된 자녀들도 아직까지 생존해 계신 초고령의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는 현실은 농촌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의 시부모님들에게도 이런 일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작년부터 어머님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우리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고된 농사일로 파김치가 되면서도 어머니가 아프시면 며칠이 멀다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언니들을 보면서 왜 아버님들은 한평생 사신 어머님을 수발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아프신 부모님을 곁에서 부양해야 하는 실질적인 당사자는 며느리임에도 모든 결정권한은 시댁 중심, 즉 남성에 있었다. 한국사회는 정말 뿌리 깊은 가부장적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현 세대의 부모님들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고 자녀들을 위해 헌신했던 만큼 자녀들에게 부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 세대의 자녀들도 노년의 부모님을 당연히 부양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자녀들의 사정은 뒤로 한 채 마지막 생은 집에서 해야지, 요양병원에는 죽어도 가기 싫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분명히 치매증상이 보이는데도 괜찮다며 병원검사는 죽어도 싫다고 하신다. 병을 아는 순간 병원에 가야된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이다.

60년 이상 자신의 터전에서 살아오신 부모님들이 집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현실과 자녀들은 요양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사이에서 이제는 좀 더 다른 시각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조그마한 문턱에도 넘어져서 다치는 현실을 고려하여 살고 있는 농가주택을 노인생활에 맞게 개조를 하는 지원을 한다든지, 면마다 잘 지어진 보건소 활용과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돌봄을 희망하는 정주인력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 고민하여 돌봄을 할 수 있는 복지정책으로 변화하는 것은 진정 어려운 것일까?

모두들 살기 바쁜 핵가족 시대에 집에서 돌봄이 어려우니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방문서비스를 받거나, 어쩔 수 없으니 너도 나도 요양시설에 보내는 현실에선 아무리 좋은 복지혜택도 오히려 대부분의 부모님들에게 소외감과 상실감을 크게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병원에 가는 것이 꼭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도 병원은 마지막에 가는 것임을 알기에 병원만은 싫다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천편일률적인 기관·시설중심의 복지에서 평생 살아온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사람을 중심에 놓는 돌봄복지가 확산되고 대상에 맞는 맞춤형 복지로 나아가기 위한 다른 시각의 노인복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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