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과 농업' 국회 국제토론회 | 패널 토론

  • 입력 2018.04.21 00:05
  • 수정 2018.05.14 11:3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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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유무역과 농업’을 주제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토론 패널들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농민들은 토론회를 마치기 전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유무역과 농업’을 주제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토론 패널들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농민들은 토론회를 마치기 전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승호 기자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핵심은 WTO 농업협정 폐기

사실 자유무역이라는 건 강자 보호무역이다. 자유롭게 같은 운동장에서 싸우자는 것인데, 철저히 강대국 보호주의 논리다. 글로벌 경제에서 자유무역의 근거 논리는 파산된 지 오래다. 오히려 FTA 비적용 품목의 수출은 꽤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자유무역을 통해 손해를 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신앙처럼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자유무역 대연정이 전 세계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특히 한국은 수출 만능주의가 지배담론으로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낡은 녹음기처럼 수출만이 살 길이라 되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깨야한다.

그러려면 WTO의 농업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 또는 새 협정으로의 대체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WTO 농업협정을 그대로 두고서는 답이 나올 수 없다. 차선책으로는 대안적 협정문을 채택하는 것이 매우 유효할 것이라 본다. 통상 찬반으로 이뤄지는 자유무역 논쟁에서 단순히 FTA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UN에서 모색되는 농민권리선언은 강한 규범적 성격도 있지만 나아가 국제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캐피탈과 싸우려면 이처럼 세계적인 연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국적 차원의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농민들은 20~30년 동안 FTA를 막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막아낸 것은 하나도 없다. 농민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다른 계층·계급 집단과의 연대가 절실하다.

 

마르가리타 페트로나 고메스비아캄페시나 라틴아메리카 청년대표
마르가리타 페트로나 고메스
비아캄페시나 라틴아메리카 청년대표

 

투쟁을 이어 농업의 대를 잇자

FTA는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 농민들은 각 지역의 특정 문화와 관습을 따르며 일하고 있지만 다국적기업에 의해 우리의 토지를 탈취 당하기도 하고 (종자, 농법 등의)다양성을 빼앗기고 있다. 농업으로 생계를 영위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떠밀리 듯 고향을 떠나기도 한다.

대규모 기계식 영농은 식량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주지 않으며 토종종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농민들은 소비자와 함께 식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식량은 공산품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수출이라는 명목 아래 농민들은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학교 교육도 받기 어렵고 보건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 FTA의 부작용은 우리의 삶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청년들을 다국적기업과 자유무역에 대항하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오랜 투쟁이 끊이지 않아야 미래 세대에도 농민들이 경작지에서 농업을 유지하며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년들에게 농생태학을 교육하고 토착민들과의 문화적 연계를 이어가야 한다. 농업의 대를 잇는 것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현재의 자본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그리하여 농민의 권익을 수호할 것이다. 식량은 생명이고 우리 농민들은 그것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니 투쟁을 세계화하고 희망을 세계화하자.



 

자이날 아리핀 푸앗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자이날 아리핀 푸앗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식량주권 보장하는 공공정책 필요

인도네시아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500만개의 농가가 쫓겨났다. 모순적이게도 영농기업 수는 늘었다. 농민들에게는 참담한 결과를 안겼지만 무역이 좋은 ‘비즈니스’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본주의와 기업들은 WTO라는 체제와 FTA라는 도구를 이용해 시장 개방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소농이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공공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소농의 권리를 담은 농민권리선언서를 UN으로 가져간 것이고 17년 동안 관련 조항들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협상을 종결하고 선언으로 채택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44개 국가는 동의했고 11개 국가가 기권, 2개 국가가 반대했다. 기권한 국가 중에는 한국과 일본도 있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의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정책에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주권과 관련한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도 농민보호, 농민역량강화, 식량주권을 보호하는 법이 있다. 한국에서도 식량주권을 보장하는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자본의 규모가 큰 다국적기업들에 대항하고 있다. 연대를 강화하고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자유무역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 이전에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생산한 식량을 우리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슬로건 아래 여러 국가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
 

김정열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자유무역의 흉터, 전 세계 농민들 삶 곳곳에”

최근 한국에서는 대파 한 단이 100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가격 폭락 사태가 있었다. 농민들은 거리에서 투쟁을 전개했다. 지금도 밭에서는 양파를 수확하지 못하고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생산비도 못 건질뿐더러 수확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농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애지중지 키운 작물을 자신의 손으로 갈아엎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자유무역은 전 대륙에 걸쳐서 우리 농민들의 삶을,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파괴했다. 농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적은 다르지 않고 우리는 공동의 적을 향해 함께 싸워 나가야 한다.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폭압에 반대해 전 세계 농민들이 연대하고 투쟁의지를 고취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포푸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포푸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

 

“식량주권, 모든 사람 위한 것”

조상들은 식량을 생산함에 있어 정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은 식량정책을 쏟아내며 농민을 억압할까. 특히 무역정책은 전 세계의 소농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왜 토종종자 사용에 제재를 받고 우리가 생산한 식량을 팔지 못하고 다국적기업의 노예로 전락해야하는가. 함께 모여 자유무역으로 인한 고충들을 나눔으로써 인식을 제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자유무역에 대한 투쟁은 전 세계적으로 강력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식량주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고 곧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 자리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농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투쟁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려는 노력에 감사드린다. 곧 있을 UN의 소농민들의 권리를 위한 ‘농민권리선언문’ 채택에도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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