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터 통일하자
농업부터 통일하자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승인 2018.04.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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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일농업이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강원도 평창 통일문화제의 기억이 생생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 동지들의 헌신과 자신감이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북측 응원단과 함께 통일문화제를 성사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성사시켰다. 목이 쉬어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젊은 활동가들, 눈물을 보이는 노 투사의 모습을 보며 정말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통일문화제 행사 때 전농이 걸었던, 뜬구름 같고 신기루 같던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현실이 됐다. 곧이어 북미정상회담도 열린다. 2월 이후 지금까지 몇 개월이 마치 몇 년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정세 변화의 속도를 우리의 의식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평창 통일문화제를 성공시킨 전농의 정세 인식은 매우 선진적이며 과학적이었다. 중심을 세운다는 것의 의미는 별 다른 것이 아니다. 통일 문제를 민족적 관점으로 보는 것, 정세를 변화시키는 힘은 우리에게 있으며 민중의 힘을 믿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

전농은 6.15 정신계승 남북농민 한마당, 못자리용 비닐 보내기운동, 통일쌀 모으기 운동을 성사시켰다. 이명박정권 때도 북으로 쌀을 보냈다. ‘쌀부터 통일하자’, 이것이 당시 전농의 구호였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쌀은 농업이며 민족이다. ‘농업부터 통일하자’ 이 구호는 남북간 가장 시급하고 당장 실현 가능한 교류협력이 농업이라는 뜻이다.

종자와 농업기술, 농기계를 나누는데 유엔 대북제재가 무엇이며 5.24 조치가 무엇인가. 남의 귤이 북으로 가고 북의 감자가 남으로 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남의 농민들이 개마고원에서 북의 농민들과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해남 농민들이 북의 자강도 농민들과 통일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될 리 없다. 군산의 농민들이 북에서 딸기 모종을 키워 가져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남북 통일 인구 8,000만을 배불리 먹이는 일은 농민의 숭고한 사명이며 민족의 염원이다. 먹고 사는 문제, 식량문제는 1차적으로 중요하고 그래서 농업이 1차산업이고 생명산업인 것이다. 남북교류의 제 일선에 농업농민교류가 놓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거저 오지 않았다. 남의 촛불항쟁과 북의 자주노선이 만나 폭발한 결과다. 통일은 거저 오지 않고 외세는 스스로 물러가지 않는다. 다가올 통일 정세에서 농민들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1992년 미국산 수입쌀 반대 투쟁부터 한-미 FTA 반대 투쟁까지 전농의 투쟁은 자주를 향한 여정이었다. 백남기 농민이 외친 밥쌀용 쌀 수입반대는 농업 자주성을 갈망한 농민의 염원이었다. ‘첫째도 자주요, 둘째도 자주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요, 오직 자주요’ 이 구호는 헛말이 아니다. 130년간 계속된 외세의 지배를 걷어내고 통일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왔으며 우리가 자주정신으로 무장하면 능히 민족의 염원을 이룰 수 있다.

정세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듯이 우리의 통일 투쟁도 상상을 뛰어 넘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관성은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시·군별, 도별 농업·농민교류 사업을 위한 기본 토론부터 진행하자. 남의 시·군이 북의 시·군과 통으로, 남의 도가 북의 도와 통으로 교류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며 우리가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 공동의 식량계획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전국은 하나의 농지가 될 것이며 거기엔 부재지주도 투기꾼도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땅과 직불금을 뺏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농산물 가격폭락과 폭등도 없을 것이다. 농업 생산자재 적정가격을 국가가 제시하고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통일 인구 전원에게 안전하고 풍부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그리 가면 된다. 우리 몫이 크다. 

남과 북은 만나야 한다. 농민부터 교류하고 농업부터 통일해야 한다. 지난 2월 22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성사! 남북농민교류 실현! 전국농민 통일문화제’에 참석한 농민들이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 열린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단일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자 북측 응원단원들이 함께 단일기를 흔들며 미소로 화답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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