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이 꽃잎 다 떨어지기 전에…

  • 입력 2018.04.13 13:32
  • 수정 2018.04.13 13:36
  • 기자명 김훈규(경남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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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규(경남 거창)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각에서 약탈적 대출이라는, 금융회사를 질타하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논란으로 인해서 금융감독 기구로서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고 국민들의 실망이 큽니다. 감독당국으로서의 영이 금융시장에서조차 제대로 서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비가 내린다. 바람을 동반한 비에 만발한 꽃잎이 하염없이 흩날린다. 저만큼 꽃잎이 맺히려면 말 없는 저 나무도 얼마나 오랜 세월의 번뇌를 머금었을까, 그냥저냥 오고가는 것이 아닐 것인데, 괜한 감성에 젖는다.

농업인회관 창밖으로 보이는 한 그루 나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때, 뉴스가 흘러나온다. 정부에서 앉힌 새로운 금융감독원 원장의 취임사가 간간히 들린다. 일각에서는 신임 김기식 금감원장이 참여연대 출신으로 지난해 6월부터 ‘경제검찰’을 맡아 재벌개혁을 주도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재계ㆍ금융개혁의 쌍두마차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고, ‘저승사자’가 출몰했다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금융·공정거래·재벌개혁 분야 정책통의 혁신적인 인사를 평가하고 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고 한 그루 벚나무는 더 격하게 흔들린다.

“아이쿠! 저 꽃잎!”

수북하면 수북한대로, 저렇게 날려 흩뿌려지면 또 그런대로 탄성을 부른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분명 이 좋은 계절에 뭔가 다른 허전함이 더 크게 자리 잡는다.

농민들은 이 계절, 고개를 숙이자니 숙명과도 같은 마른 농지의 기다림이 보이고, 고개를 들면 온통 ‘제가 적임자네’ 하며 손 잡아주며 명함을 건네는 침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선거판의 인물들과 대면한다. 세월이 그리 갔으니 다시 오는 것이 당연한 흔한 농사일이고 또 사람을 뽑는 일이다. 하지만 농정의 책임자네 농정개혁의 적임자네 했던 인사들은 당연히 오는 그 ‘판’으로 모조리 떠나버렸고, 그들이 남긴 것이라고는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만큼도 못한, 농민들에게 선사한 허탈감이다.

뉴스를 들으면서, 비 오는 창밖을 주시하며 얄궂은 논리를 갖다대본다. 농정의 개혁을 주도해 온 사람이, 농업계의 저승사자가, 농업·농촌·농민개혁 분야의 혁신적인 정책인사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장관 자리에 앉을 수는 없을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당위성, 시의적절함을 국정의 최고책임자와 어찌 ‘통’하게 할 수 있을까? 금융·공정거래·재벌개혁의 시도를 인사를 통해 감행하고, 양극화된 노동진영의 다양한 의제를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협의구조의 혁신적 운영과 인사를 감당하듯, 농업계는 그 절박성이 닿지 않은 것일까? 현장의 또 다른 이견과 갈등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금융과 다른 농정은, 노동과 전혀 다른 농정은 이만큼에서 이 정도만 길들여가더라도 ‘괜찮다! 괜찮다!’ 여기는 것일까?

이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나는 이런 뉴스가 듣고 싶다.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농정 쇄신의 적임자가 취임했다는 평가 속에 농정 당국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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