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450만명 살던 농촌인구, 10년 뒤엔 200만명

[ 기획 ] 자유무역은 우리 농업 얼마나 망가뜨렸나 ②농촌

  • 입력 2018.04.13 12:22
  • 수정 2018.04.13 12:2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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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모든 농산물은 자유무역 ‘상품’에 포함됐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라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농축산물 수입자유화에 동참했으며 이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도 발 빠르게 수용했다. 2018년 현재 FTA체결 국가 수만 52개, 우리 먹거리 시장에 만국기가 펄럭인다. 20년 이상 지속된 수입농산물의 범람으로 우리 농업, 농민, 농촌은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지 2회 기획으로 살펴본다. 

지난 20년간 농산물 자유무역으로 우리나라 농업생산 기반은 취약해졌다. 농민들이 매년 선택해야 하는 작목은 소수 특정 품목으로 좁혀지고 있다.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버텨내거나 피해를 덜 받는 품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식자재 업체와 식품기업이 공급안정성과 낮은 가격을 이유로 수입농산물을 선호하면서 농산물 수입량은 매년 늘고 이와 반대로 국내 농산물은 소비기반 위축되는 등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가격폭락이 반복되고 있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 30% 불과

이제 농민들의 주 소득은 농업소득이 아닌 ‘농업 외 소득’이 됐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 비중은 27%, 농업 외 소득 비중은 73%로 역전현상이 뚜렷하다. 현재의 농업소득으로는 최저생계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겨울철 외지로 나가 생활비를 벌거나 여성농민들의 경우 식당 등 부업에 매달려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2018농업전망에서도 FTA 등의 영향으로 국내 농가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도·농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소득문제는 농촌을 떠나는 가장 결정적 원인이 됐고 농가인구는 1997년 447만명(총 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 9.7%)에서 2016년 250만명(총 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 4.9%)으로 연간 3%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인 2027년 농가인구는 200만명(총 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 3.8%)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촌마을 40% 소멸 위기

실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을 보면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85개로 37.3%에 달한다. 대표적인 농도 전라남도의 경우 22개 시·군 중 16곳이 30년 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농산물 자유무역이 가져온 농업소득의 빈곤화는 국내 농산물 생산 감소와 식량주권 위협 뿐 아니라 오래된 농촌마을의 역사와 전통까지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득양극화 문제는 도시와 농민간의 양극화 뿐 아니라 농민층 내부도 심각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지난 3월 발행한 ‘한-미 FTA, 농업부분에 미친 영향’ 이슈보고서를 통해 “농축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국내 농축산업의 소비기반이 그만큼 감소했다. 위축된 시장을 두고 농가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농가는 경쟁에서 탈락하고 작목을 전환하거나 농업을 포기하게 된다”면서 “그 결과 농가 수 감소는 물론 대농가와 중소농가의 경영규모 격차가 점차 확대되면서 농가소득 양극화가 확대된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대규모 농가는 경영규모를 더 확대하지만 소농 일수록 농업생산에서 퇴출당하거나 빈곤농가로 전락하게 됐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경쟁력 중심의 농정을 주도하면서 소수 농가에 정부지원을 집중하는 것과 맞물려 농업의 구조조정과 농민층 양극화는 빠른 속도로 심화됐다.

도농·농민간 소득양극화 심화, 지속가능 위협

장 소장은 “농가소득의 양극화와 빈곤화 현상은 농업생산 주체인 농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다. 농민의 지속불가능이 높아질수록 농업과 농촌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며 이는 곧 소멸위험지역이라는 새로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년간 고사 직전까지 심화된 우리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농축산물의 자유무역’에서 비롯됐다. 농업회생을 말하려거든 뿌리 깊은 암초부터 걷어내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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