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남북이 키운 통일딸기를 심어볼까

경통협, 사업 중단 4년 만에 북측에 보낼 딸기모주 준비 한창

  • 입력 2018.04.13 10:02
  • 수정 2018.04.13 10:0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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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위치한 식물조직배양연구소 프랜토피아에서 서은정 대표이사가 북측에 보낼 딸기모주를 살펴보고 있다.
경통협 강신원 이사(왼쪽)와 권문수 사무총장이 경남 사천에 위치한 강 이사의 농장에서 경남통일딸기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강 이사는 “북측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딸기모주를 키울 날이 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올해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는 5월 10일 전후로 딸기모주가 북측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벌써 4년 전 일이다. 남측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딸기모주(어미모종) 5,000개가 북측으로 전달된 지가. 남측에서 키워 북측에서 육묘한 모종을 남측에 재이식해 생산하는 경남통일딸기, 사단법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경통협)는 남북의 화해와 교류, 평화의 상징으로 딸기를 택했다.

그러나 2014년에 북측에 전달된 딸기모주는 남측으로 다시 내려오질 못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전달 시기가 차일피일 늦어지며 북측에서 모종을 제대로 키울 만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렵게 준비한 모주였건만 2014년 그해, 경남통일딸기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경통협의 통일딸기 사업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노무현정부로 이어지며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자 경통협은 평양에서 육묘되고 경남에서 길러내는 통일딸기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첫 해 2,500주를 시작으로 이후 4년간 적게는 5,000주 많게는 1만5,000주의 딸기모주가 평양시 천동국영농장에 전달됐다. 딸기 모종 재배에 적합한 평양의 서늘한 기후에서 여름 내내 튼실하게 자란 모종은 가을 무렵 다시 남측으로 돌아왔다.

결실 또한 풍성했다. 2006년 첫 해 모종 1만개를 시작으로 2010년엔 15만개에 달하는 모종이 남측으로 돌아와 경남 밀양과 사천, 약 1만4,000㎡에 달하는 면적에 통일딸기가 심겨졌다. 2010년 딸기 수확량은 무려 55톤에 달했다.

허나 이명박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되며 경남통일딸기 사업도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이후 4년째 중단되던 사업이 2014년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여러 이유 등으로 반쪽짜리 성과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정성스레 키운 딸기모주가 올해는 북측에 전달될 수 있을까.
성문경 프랜토피아 대표가 연구소 조직배양실에서 설향 품종의 딸기모주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경통협은 경남 진주의 식물조직배양연구소 프랜토피아(주)에 의뢰해 딸기모주 3,000개를 다시 키우고 있다. 2006년 사업 첫 해 5,000주에 못 미치는 적은 양이지만 사업 재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정성껏 키우고 있는 딸기 모주다. 경통협은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남과 북에서 조성되는 평화 모드에 한껏 고무된 상태다.

권문수 경통협 사무총장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성공모델인 경남통일딸기가 하루 빨리 성사되길 바란다”며 “부족한 가운데서도 최상의 상태로 북측에 모주를 보내기 위해 성심껏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통일딸기 사업의 전례를 봤을 때 북측에 보낼 딸기모주의 마지노선 시한은 5월 10일 경이다. 검역과 세관 통과, 모종을 제대로 키울 만한 시간적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5월 초·중순경엔 전달돼야 오는 가을 북측에서 증식한 모종을 남측에 심어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강신원 경통협 이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남북관계가 조속히 복원돼 모주를 비롯한 농자재뿐만이 아니라 농민들이 직접 남북을 오가며 딸기 재배를 위한 여러 노하우를 교류할 때가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시적 성과를 위해 무엇보다 딸기모주의 5월 북송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남통일딸기 사업 첫 해인 지난 2006년 평양에서 육묘해 온 딸기모종을 심기 전 경통협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제공

현재, 프랜토피아에서 조직배양되고 있는 딸기모주 하나당 가격은 2,000원선이다. 일반 딸기모주 가격이 200원선 안팎인 걸 감안해보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경통협은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단절됐던 시기, 남북이 애써 치러야 했던 유무형의 분단비용을 고려해 볼 때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유롭게 딸기모주가 오고가고 농민도 오고가는 시절이 와야 비로소 통일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양에서 육묘되고 경남에서 길러낸 경남통일딸기, 준비하는 모든 이의 마음에 설레듯 봄이 오고 있다. 정녕 온 산하가 울긋불긋 물드는 가을이 왔을 때 평양에서 육묘된 딸기 모종을 직접 우리 땅에 심어볼 수 있을까. 이미 마음은 가을에 가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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