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정 원헬스

  • 입력 2018.04.13 09:49
  • 수정 2018.04.13 09:50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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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표현이 있고,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표현 역시 낯설지 않다. ‘먹거리와 약은 그 뿌리가 같다’와 ‘몸 건강과 먹거리는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약과 먹거리가 같이함을 말한다.

동물성이건 식물성이건 식(食)이라 하는 먹거리의 근간은 땅이며, 또한 먹거리에서의 땅이란 단순히 건물을 짓고 길을 내는 토지 개념보다는 그 땅에서 숨 쉬고 생활하는 생태계를 의미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작은 텃밭이라도 키워본 사람들은 땅의 소산물이 기상 등 자연조건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 잘 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 건강을 다루는 분야는 의학이고 먹거리는 농학이나 축산학 그리고 생태계는 환경학 내지 생태학에서 주로 다뤄왔다. 또한 각각의 분야나 대표 학문과 연계된 다양한 분야의 학문들이 서로 각자의 영역으로 얽혀있다. 비록 각각의 학문이 이룬 성취는 작지 않지만, 언급한 세 분야가 그동안 식약동원이나 신토불이의 관점에서 접근되지는 않았다. 일종의 감성 내지 경험적 발상이나 구호로 취급돼 온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건 관련 국제회의에서 손쉽게 접하는 표현으로서 원헬스(One Health)라는 말이 있고, 이미 국제기구에서는 이를 사회 건강에 대한 기본 개념으로 삼고 있다. 원헬스는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성을 따로 둔 채 연구하고 취급할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있기에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도이다.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근대사회에서 인간 위주의 과학기술과 분과 학문식 접근방식은 생태계 구성원이 서로 연결돼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삶의 건강성을 제대로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연과 함께 해온 아시아 전통 속에 있는 우리에게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닐지라도 이제 구체적으로 학문 분야 간의 융복합적 접근과 실질적인 행정조직 변화와 정책마련이 수반될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체제나 세계화는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다양한 신종 인수공통질병의 등장, 새로 등장하는 기술과 물질에 의한 식품안전과 항생제 내성균 등이 신속하게 전 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런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식약동원 내지 신토불이의 개념인 원헬스가 의료의 WHO, 동물의료의 OIE, 국제 식량의 FAO 등의 국제기구 차원에서 채택돼 서로 협력하며 통합적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원헬스는 현재 보건의료에서의 시도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람-동물-환경의 통합적 접근에 의한 생태계 건강성 회복이기에 장차 농업과 축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헬스는 보건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축산의 문제이며, 이는 거꾸로 그동안 신토불이를 강조해 온 농축산이 사회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원헬스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FTA 등 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가 정책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장차 농축산이 사람들의 먹거리를 넘어 생태계 건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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