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한 단에 100원이 말이나 되나”

대파 폭락에 천리길 상경투쟁
미수확분 절반 시장격리 요구
“장관도 없고 도지사도 없어”
청와대에 직접 항의서신 전달

  • 입력 2018.04.12 15:24
  • 수정 2018.04.12 19:0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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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겨울대파 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폭락한 가운데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전남 진도·신안·영광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이날 수확한 대파 일부를 쌓아놓고 대파 산지폐기 및 경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대파 산지폐기를 촉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다른 지역 농민들의 현장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형편없는 가격폭락이 전남지역 대파농가들을 결집시켰다. 전남 진도·신안·영광군의 대파농가 100여명은 지난 11일 트럭에 대파를 싣고 상경해 광화문 옆 세종로공원에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발족을 준비 중인 전남지역대파생산자위원회(가칭)가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과 함께 주관한 집회로, 겨울대파 산지조직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설 이전 kg당 2,000원을 호가하던 대파 도매가격은 지난달 중순까지 1,500원 내외로 완만한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출하량이 몰린 지난달 말 일시에 하락해 현재까지 500~800원대 가격을 오가고 있다. 100원대의 최저경락가도 심심찮게 나오는가 하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신안 대파조차 가격 하락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

신안 임자대파연구회 김정원 회장은 “일전에 경락가 450원이 나왔는데 가락시장 1등 가격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산지수집상 거래가격에 운임·수수료·하역비만 계산해 봐도 800원이 나오는데 450원이 1등이라니 개가 웃을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신안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받아 아주 절박하진 않았는데, 폭락과 폐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모든 농가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농사짓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농가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 지역 농민들은 조만간 대파생산자위원회를 공식 출범해 정부 수급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도와 신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배규모는 작지만 영광도 자못 심각한 분위기다. 전체 물량의 30%가 거래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0일엔 일부(1,000평) 산지폐기까지 진행됐다. 영광 대파농민 강남원씨는 “아직도 겨울대파 출하를 끝내려면 한참 남았는데 도무지 대파를 낼 수가 없다. 상인들도 위약금을 물어 가면서까지 거래를 취소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든 수입을 중단하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흥분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박행덕 전농 의장이 대파농가들이 이날 가져온 대파를 들고 정부의 수급정책을 규탄하는 발언을 있다. 한승호 기자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파 한 단에 100원이라니 세상천지에 말이 안 된다. 더 말이 안되는 건 가격이 이런데 수입산을 갖다 판매하고 있으니 강도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농민을 국민으로 여긴다면 이런 짓을 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또 “최저가격보장과 농민수당 등 농민들이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전농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에 “농정을 제대로 보살피라”며 △겨울대파 미수확분 700ha의 절반인 350ha를 시장격리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대파 계약재배 비율 50%를 목표로 세울 것 △생산비를 보장하는 계약 기준단가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당초 세종시 정부청사에서의 개최를 검토했으나 농식품부 장관이 부재한 탓에 방향을 서울로 돌리게 됐다. 농민들은 기록적 폭락 상황에서 장관과 청와대 농업비서관의 사퇴로 인한 농정공백을 입 모아 규탄했다. 심지어 신안 임자면의 경우 도지사부터 국회의원, 군의원까지 모두 공석인 상태다.

집회 후 일단의 농민 대표단은 청와대 정문 앞으로 이동, 행정관을 통해 서한을 전달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후 농민들은 가락시장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진행하고 저녁 대파 경매를 참관했다(관련기사 하단 링크).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전남 진도·신안·영광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이날 수확한 대파 일부를 쌓아놓고 대파 산지폐기 및 경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를 끝낸 농민들이 이날 수확한 대파를 거리에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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