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폭락, 도매시장도 손 놓고 있지 마라”

전남 대파농민들 가락시장서 2차 집회 진행
폭락 시 도매시장 차원 수급조절 역할 촉구
도매법인-출하자 출하물량 조절 공조 약속

  • 입력 2018.04.12 15:21
  • 수정 2018.04.12 18:5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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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대파경매장 앞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대파경매장 앞에서 열린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에서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광화문 세종로공원 집회(관련기사 하단 링크)를 마친 전남지역 대파 농민들은 곧장 가락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kg당 100원’ 가격 산정의 장본인인 가락시장에도 상당한 불만이 쌓여 있던 터였다. 농민들은 가락시장이 기계적인 경매 역할에 그치지 말고 출하조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저녁 7시 대파 경매에 앞서 5시30분경 대아청과 대파경매장 앞에 자리를 깔았다. 대아청과는 무·배추·대파 등 소위 차상거래품목을 주로 거래하는 특수법인이다. 출하한 뒤 무력하게 가격 통보만을 기다리다 모처럼 시장을 방문하게 된 농민들은 도매법인·중도매인 등 시장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간의 섭섭했던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신안 대파농가 조장배씨는 “지난해 가뭄과 집중호우로 농민들은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대파값이 100원대로 떨어지는 비참한 결과에 한스러운 마음으로 올라왔다”며 “한 단에 1,500원 정도는 돼야 생산비를 건지고 생활이 가능하다. 헌데 그 10분의1 가격이 웬말이냐”라고 탄식했다.

전남지역대파생산자위원회(가칭) 준비위원장을 맡은 곽길성 전 진도군농민회장은 폭락 시 무력한 도매시장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농민들은 시장에 물건을 갖다 던져놓는 걸로 끝나고, 도매법인들은 갖다 주는 대로 다 받기만 한다. 수수료는 뭐 하려고 받는 건가. 농민들이 최소한의 운송비와 경비라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도 같이 고민해야 하고, 정가수의매매·시장도매인제처럼 농민들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거래제도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대파경매장 앞에서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를 연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중도매인들과 뒤섞인 채 심각한 표정으로 대파 경매를 지켜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농민들은 △작업비·운송비 이하 가격이 나올 시 경매 중단 조치를 취할 것 △법인별로 나눠 시행하는 경매를 품목별로 같은 장소에서 시행할 것 △경매가격 상한제·하한제를 실시할 것을 가락시장에 제안했다.

농민 대표단은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이정수 대아청과 대표이사, 김동진 한국청과 상무 등 가락시장 대표자들과 면담을 갖고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제도개선 요구에 대해선 농안법 개정 등 상당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확답을 얻을 수 없었으며, 다만 향후 물량 증가 시 도매법인이 출하를 자제시키기 위한 홍보활동을 늘리고, 출하자는 자율적으로 출하조절에 협조하는 등 출하조절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7시부터 시작된 대파 경매를 참관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1,000원대의 낙찰가가 뜰 때마다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못해도 2,000원 이상 나오는 건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농민들이 많았다. 이날 가락시장 대파 평균가격은 전일보다 약간 상승한 897원이었다. 이후 농민들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옥 정문에 싣고 온 대파를 투척했다.

지난 11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대파경매장 앞에서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를 연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이날 수확한 대파를 폐기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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