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북농민교류, 한반도 자립경제 이룰 터”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18.04.06 09:48
  • 수정 2018.04.06 09:49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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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남과 북의 농민대표가 함께한 마지막 식사가 벌써 10년 전 일이 됐다. 12번의 금강산과 5번의 평양,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남과 북의 농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희망을 이야기했던 때를 문경식 전 전농 의장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전농이 남북농민교류에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00년 10월이었다. 북에 큰 행사가 있다며 남측 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하면서 비행기를 보내줬다. 내가 낙농을 하고 있을 때라 직접 가지는 못했는데 행사에 참석했던 남과 북의 농민대표들이 서로의 농업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당시 북의 농민들은 냉해와 서리피해로 어려운 시기였고 농자재도 부족할 때라 전농이 못자리용 비닐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하면서 교류의 물꼬를 텄다.

 

교류했던 동안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남과 북이 교류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고난의 행군’을 막 벗어난 때였던 데다가 대형 수해와 가뭄을 반복하면서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전농과 시민단체는 힘을 모아 통일쌀, 못자리 비닐, 고구마 심는 기계 등을 북에 지원했는데 당시 북측 농민이 “지금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쪽 농민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곤 했었다.

북측 농민대표가 통일쌀을 거절한 적도 있었다. 본인들 힘들다고 외세에 수탈당하는 어려운 남쪽 농민들 쌀을 받으면 되겠냐면서. 그래서 남쪽은 자급을 하고도 쌀이 남고, 쌀이 아니면 통일운동의 연결고리가 없으니 통일쌀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서 받아줄 것을 설득했다.

지난 2월에는 정말 특별한 일이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북측응원단과 취주악단이 공연을 끝마치고 작별인사를 하는데 10년 전까지 함께 일했던 당시 6.15 북측위원회 소속 임원 2명을 만난 것이다. 시간이 꽤 흘러 살도 많이 빠지고 늙었는데 나를 알아보더라. 나도 단번에 기억해냈다.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남북농민교류가 남긴 것과 앞으로 농민교류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통일쌀 보내기나 못자리용 비닐 보내기를 퍼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을 텐데 오히려 교류를 통해 경제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 농민들도 북측 농민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면서 남북이 교류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여건이지만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또 남북농민교류는 그간 독재정권이 우민화한 우리가 진짜 북한을 알 수 있게 해줬다. 북을 제대로 알아야 ‘종북’같은 정치적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고 온당한 민주주의도 실현할 수 있다.

이제 절차만 남았다. 27일 정상회담이 끝나면 농민교류 재개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다시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면 남과 북 서로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함께하는 농정을 통해 식량주권도 지킬 수 있다. 논을 줄여라, 사료용 벼를 심어라 이런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농민은 남는 쌀을 주고 북의 잡곡이나 광물을 받아오면 되니까.

당장엔 2008년까지 계획만 하다가 교류가 단절되면서 무산됐던 남북 공동의 한우농장을 꾸리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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