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안녕히 다시 만나요

이제는 통일농업이다 <上>

  • 입력 2018.04.06 09:45
  • 수정 2018.04.06 09:51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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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11년 만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등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오랜 세월 통일농업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농민들의 발자취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4년 6월 27일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에서 열린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는 남북농민통일대회’에서 남과 북의 농민들이 한데 모여 황소수탉꼬리잡기 놀이를 하며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동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습네까?”

“나이가 드니 쪼그라들었지! 잘 지냈는가!”

제3차 남북농민통일대회가 2007년이었으니 기약 없이 끝나버린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10년 전 일이 됐다. 다시 만나면 몰라볼 줄 알았지, 이렇게 대번에 알아볼 줄 알았나. 안 그래도 별 생각 없이 따라온 정동진에서 운 좋게 북측 응원단을 만나 우리는 하나라고 외쳐대는 통에 코끝이 찡했는데 주책없이 눈물이라도 흐를까 애를 먹었다.

‘설봉호’의 갑판 위에서 가까워지는 북쪽 땅을 처음 바라본 게 2001년 7월 17일이다. ‘정말 내가 금단의 땅을 넘은 것인가?’ 무더운 여름날의 뭉클함은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엄연히 다른 나라를 방문한 것이지만 음식도 입에 잘 맞고 처음 보는 북쪽 사람들과는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 북측 참가자는 남쪽 친구와 이름이 같았다. 사실 우린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였다.

대회 첫날엔 남측과 북측 참가자가 한 데 어우러져 체육대회를 즐겼다. 윷놀이, 씨름, 줄다리기, 이어달리기와 같은 전통 놀이들로 별 다른 규칙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씨름판에는 전통방식 그대로 우승자에게 줄 황소가 꽃 장식을 하고 등장하기도 했다.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줄다리기 도중에 그만 줄이 끊어져 모두가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사회자가 남북분단도 이렇게 두 동강 내버리자고 외치는 통에 한참을 환호하며 웃었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을 만나는 시간은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 협동농장과 국영농장 형태로 운영되는 북의 농업은 일의 종류와 노동 강도에 따라 보수를 분배했다. 이런 운영방식은 농민들로 하여금 불만을 야기하지 않았고 민족의 식량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쌓이는 남쪽 농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또 사무직 노동자들도 매주 금요일에는 논이나 밭, 공장으로 출근해 노동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렇게 현장을 알게 하고 관료주의에 빠지지 않게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부족함이 많을 줄 알았던 북의 농업 기반시설은 오히려 우리보다 뛰어났다. 협동농장에는 탁아소와 유치원도 있어 육아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었고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도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 땐 농자재가 부족해 남쪽에서 못자리용 비닐과 비료도 보내줬지만 2009년 모든 교류가 단절되면서 북측 농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극복했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하지만 북의 식량자급률이 80%를 넘는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당시에는 300평의 논에서 250kg 정도의 쌀을 생산했었는데 지금은 450kg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대북제재 아래서 농기계와 비료는 어떻게 개발해왔을지 다시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곧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틀림없이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다. 다시 북쪽의 농민들을 만나게 되면 이 말부터 꼭 해야지, 곱씹는다.

안녕히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이제 우리 함께 옥수수를 키우고 소도 먹이고 재미있게 농사 한 번 지어보자고.

※ 참가자의 증언과 기록 등 사실을 토대로 2001년 7월 18일과 19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1차 남북농민통일대회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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