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민들의 뜨거운 함성, 제주에 퍼지다

제주서 올해 첫 전국농민대회 열려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한목소리
박행덕 전농 의장 “4.3 정신은 자주정신”

  • 입력 2018.04.05 20:36
  • 수정 2018.04.08 18:3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 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에서 농민, 노동자 대표들이 ‘4.3 민중항쟁’이라고 적힌 ‘백비(白碑)’ 모형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앞서 제주 신산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300여명은 “제주 4.3 민중항쟁 정신을 계승해 자주통일의 활로를 개척하자”고 선언했다. 한승호 기자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 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5,000여명의 농민, 노동자들이 '제주 4.3 민중항쟁 정신계승'을 구호로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 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5,000여명의 농민, 노동자들이 대회를 마친 뒤 관덕정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 신산공원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전국농민대회’에서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봄빛 가득한 제주에 전국 농민들이 모였다. 70년 전 핏빛으로 물든 제주 4.3 민중항쟁의 정신을 기억하고 또 계승하기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순애, 전여농)은 지난달 31일 제주시청 인근 신산공원에서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농민대회는 전국 규모 대회로는 제주에서 처음 열렸으며, 농민대회에 앞서 노동자·농민 공동 평화선언 기자회견을 제주시청 앞에서 여는 등 ‘4.3 민중항쟁 70주년’을 기점으로 통일의 봄에 앞장서자는 결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간이었다.

전국 농민들은 비행기와 배편을 이용해 농민대회 장소에 속속 모여들었다.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육지부’ 농민들 수만 260여명이 넘었다. 제주지역 농민들까지 포함하면 500명에 육박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대회사에서 4.3 민중항쟁 70주년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모순과 억압, 엄혹한 탄압, 미국에 휘둘린 치욕스런 역사를 우린 잊어선 안 된다. 4.3 민중항쟁 희생자는 대부분 농민이었으며, 올해 농민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130년 외세의 지배를 우리 손으로 끝장내자”고 말했다.

이어 “통일정부 수립을 목 놓아 외친 제주 4.3 민중항쟁 정신을 농민들이 계승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일 개최되고 5월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자주통일의 활로를 개척할 절호의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4.3 민중항쟁의 정신은 첫째도 둘째도 자주다”는 말로 남북정세가 급변하는 지금 이 시기, 자주적인 농민운동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김순애 전여농 회장도 지난 70년 억압과 한이 응어리진 제주도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대회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이 맘 때 제주에 오면 5.18때의 광주가 생각난다. 스무 살이었고, 광주 조선대병원에 어머니가 입원 중이었다”면서 “당시의 공포와 분노가 제주 4.3 항쟁과도 연결돼 마음이 뜨겁고 아프다”고 말했다. 또 “일제 청산과 미군정을 반대한 제주 민중항쟁의 정신 속에 깃든 통일에 대한 열망은 현재도 유효하고, 이를 전 국민의 열망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며 “농민들이 앞장서서 투쟁하자”고 결의를 당부했다.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 신산공원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제주 4.3 민중항쟁 정신계승'을 구호로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 신산공원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전국농민대회’에서 볍씨학교 학생들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제주 신산공원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전국농민대회’에서 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제주시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전국농민대회는 문화행사도 하나하나 의미가 깊었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이 4.3 민중항쟁을 소재로 쓴 ‘결의시’가 낭독될 때 참가자들은 숙연해졌고, 제주지역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친구들의 공연은 발랄하고 건강한 기운이 넘쳤다. 전여농 회원들의 ‘반갑습니다’ 공연도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과 강순희 전여농 제주도연합회장은 “다소 늦게 제안한 전국농민대회에 많이 참석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제주의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제2공항 등 현안을 전하며 “7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농업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4.3 정신을 기리며 농민들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전국농민대회는 결의문 낭독으로 끝을 맺었고, 농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면서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제주 4.3 민중항쟁은 1948년 2월 미국이 남한지역의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결정했으나 이에 반대한 제주 민중을 중심으로 통일정부를 주장하며 4월 3일 거세게 항거한 자주적 투쟁으로, 이후 이승만정부와 미군정은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5개월간 참혹한 집단 살상을 자행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제주도는 또다시 비극을 맞았고, 1954년 4.3 토벌대 활동은 공식 종료된다. 4.3 항쟁 전 기간 동안 사망자는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 4.3 항쟁은 분단과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 금기어가 돼 왔으나, 「4.3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역사적 재해석이 국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