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손으로 감자 심기 어려워요”

고랭지서 쓰던 ‘찍개’, 춘천에도
생산비 상승·인력난 불구
농민들, 감자 파종에 분주

  • 입력 2018.03.30 22:09
  • 수정 2018.03.30 22:1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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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6일 강원도 춘천시 동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씨감자를 파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춘천에선 지금 감자심기가 한창이다. 농가에 따라선 큰 일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점이지만, 이달 중순 봄비치고는 꽤 길게 내린 비 탓에 파종은 이제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우두동의 한 감자밭에선 앳된 청년들이 2인 1조로 짝지어 일명 ‘찍개’라 불리는, 삽 두 개가 빨래집게처럼 붙어있는 특수 모종삽으로 씨감자를 심고 있었다. 한명이 찍개로 비닐을 뚫고 땅을 찍으면, 나머지 한 명이 두 삽 사이의 구멍으로 씨감자를 넣어 파종을 마치는 식이다. 본래 ‘찍개’는 특수한 기후를 가진 산간 지방의 고랭지에서만 주로 사용하고, 일반적인 노지에서는 감자를 더욱 깊게 심기 위해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자가 수분에 노출 돼 썩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춘천에서도 작년을 기점으로 이를 이용해 감자를 심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걸 쓰다보면 제대로 심어지지 않아서 감자가 (땅에서) 뜨는 수가 있어요. 살피지 않으면 열 개 중에 한 개는 불량이 나온다고 봐야 돼요.”

교직에서 은퇴 후 조카 최승욱(52)씨의 농사를 돕는 최승호(68)씨는 찍개로 작업을 마친 밭의 감자가 제대로 땅속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손으로 감자를 심을 수 없는 건 일손 찾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 가족은 이날도 인근 대학에 유학 온 몽골 학생 중 수업이 없는 6명을 겨우 구해 ‘찍개 사용법’을 10분 가르치고 현장에 투입시켰다. 최승욱씨가 시범을 보일 때보다는 월등히 느린 속도였지만, 학생들도 감자 한 줄을 다 심는 데 10분 정도가 겨우 소모될 뿐이었다.

“얘네 오늘 처음이에요. 예전에는 할머니들 구해서 모종삽으로 직접 심었는데 이제는 시간 맞추려면 인건비도 엄청나고 체력적으로도 무리에요. 사람들이 이제 농촌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가 있겠어요.”

물론 고전적 방법을 유지하는 농가도 있다. 동면에서 10여 명을 고용해 손으로 감자를 심고 있던 한 농민은 ‘찍개를 써선 알이 굵은 최상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엉금엉금 밭을 돌며 씨감자를 심었다.

“이 동네일은 우리가 다 돕는데, 우리조차 인원이 비면 채우는 게 이제 어려워. 그러니 이 세대가 가면 농사는 또 누가 짓느냐 이거야. 밭은 자동화도 아직 멀었는데….”

농촌노동자 이인섭(65)씨가 이끄는 이 일꾼들은 앞의 사례와는 달리 전문성을 갖춘 ‘그룹’이다. 겨울에는 제주도, 봄과 여름엔 이곳 춘천과 여주 등지로 일을 찾아다닌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제발 안정을 찾아 농민과 농촌노동자 모두 이 힘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농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것을 아니까 우리도 품삯을 더 달라고 할 수 없어요. 죽을 맛이죠. 저희가 하는 일은 이 정도 대가를 받아선 안돼요. 이건 나라에서 신경 써야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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