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도 ‘농민권리’ 여전히 관심 부족

유엔 인권위원회, 9일 스위스 제네바서 ‘농민권리선언’ 채택 회의
외교부·농식품부, 유엔 최종 수정안 놓고 공식 논의 없어

  • 입력 2018.03.30 21:15
  • 수정 2018.04.01 09: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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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유엔 인권위원회가 오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농민권리선언’ 채택 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비아캄페시나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선언문 채택을 위한 전략회의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유엔(UN) 인권위원회가 ‘농민권리선언’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정부가 농민인권 문제엔 여전히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회원국으로 4월 인권위 회의에서 농민권리선언 채택에 찬·반 입장을 밝혀야 하지만, 외교통상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모두 수정안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농식품부는 유엔 농민권리선언 내용 중 종자와 토지,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 등이 국내법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이명박·박근혜정권 당시 보였던 회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5차 실무그룹회의를 열고 ‘농민과 농촌지역민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농민권리선언)’ 채택에 대한 논의를 지속한다. 실무그룹회의는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위해 각국의 의견을 더해 거듭된 수정안을 다듬으면서 이번 5차 회의 이후 유엔에서 공식 채택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따라서 이번 5차 실무그룹 회의 전에 최종 수정된 ‘농민권리선언’안에 대해 각국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에 제출된 농민권리선언 수정안은 전 세계 농민과 농촌지역민들이 권력과 자본에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자는 것을 뼈대로 모두 28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유엔 인권위 실무그룹측은 지금까지 미국 등 소위 선진국 그룹에서 농민권리선언 채택에 반대해 왔기 때문에 최종 수정안에는 첨예한 입장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15조에 ‘식량주권에 대한 권리’를 ‘적절한 먹거리에 대한 권리’로, 17조 3항 소작농을 비롯해 강제추방 보호 문제에 대해 ‘토지 보유권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를 ‘토지안보를 제공해야 한다’로 바꿨다. 19조 종자에 대한 권리 3항 ‘이를 국내법령에도 인정해야 한다’를 ‘적절한 수단을 취해야 한다’로 대폭 완화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수년간 보여온 농민권리에 대한 무성의와 무관심이다.

지난달 28일 외교통상부 인권사회과 관계자는 “주요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면서도 “공식적인 협의회의를 별도로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농민권리선언은 농촌지역 뿐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수용할 수 있는 전체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채택에 ‘기권’ 해 왔던 배경을 설명했고 “알맹이가 있는 의견은 농식품부에서 나와야 한다. 우린 채널링(소통창구역할)이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농업통상과 역시 이번 최종 수정안에 대해 농민단체 간담회나 내부회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김경미 농업통상과장은 “최종 수정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민권리선언은 전반적으로 남미 원주민들이 그 배경이다. 산업국가의 소농을 위한 권리가 아니다”면서 “이전 수정안들을 검토해 봤는데, 국내법과 상충되는 면들이 많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어야 하기에 무작정 찬성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엔에 농민인권선언을 제안한 비아캄페시나(세계 농민단체)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김정렬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대표는 “다수의 국민 이익과 맞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반론은 적절치 않다. 농민의 권리와 인권의 보장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목적이며, 이는 곧 다수의 국민 이익을 위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농지, 종자, 생물다양성 등이 자본에게 종속되는 구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그 권리들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고 먹거리 안전기반을 위하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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