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생산조정제와 통일 쌀 경작을 남북 교역으로
[통일농업] 생산조정제와 통일 쌀 경작을 남북 교역으로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 승인 2018.03.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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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산조정제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한다. 쌀 대신 타 작물을 재배한다고 하더라도 농가소득과 판로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쉽지 않은 현실 여건 때문이다. 쌀 생산조정제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최근에야 겨우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쌀값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고,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재고관리 및 변동 직접지불로 또다시 막대한 재정 지출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조정제의 성공 여부를 타 작물 재배에만 맡기기 보다는 다른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쌀 공급과잉 해소 및 수급안정, 정부의 재고관리 부담 및 변동 직불금 지출 부담 대폭 감소, 쌀값 안정 및 농가소득 안정 등 생산조정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이 생산조정제와 남북 식량교역을 연계하는 것이다. 올해 약 5만ha 목표에 해당하는 생산조정 면적을 타 작물 재배로 대체하지 못하고 남는 면적만큼의 쌀 생산량을 북과 식량교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언급한 바 있듯이 남측의 쌀을 북으로 보내고 북의 다른 농산물이나 식품 혹은 광물자원을 받는 방식이다. 교역 품목과 물량 그리고 가격을 당국간 협상으로 정하고, 민족내부 교역으로서 국영무역 방식을 준용하면 될 것이다.

4월 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5월중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협력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군사적 분야를 비롯해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남북관계의 속도와 범위도 예상을 뛰어넘어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그 이후에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농업분야의 교류협력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미리 대담한 접근방식을 구상하고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생산조정제와 남북 식량교역의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접근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남북의 식량교역이 이뤄진다면 그 이후에는 식량교역의 규모를 확대하고, 교역을 정례화하고 제도화함으로써 남북이 공동으로 민족의 식량주권을 높이기 위한 공동협력으로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가칭)남북공동식량계획이라는 담대한 구상이 실현돼 미래 한반도 농업공동체의 토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상과 같은 생산조정 및 남북 식량교역에 통일 쌀 경작지도 포함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농민들은 정부의 그 어떠한 지원도 없이 스스로 통일 쌀 경작지를 운영하면서 오늘을 준비해 왔다. 농민단체와 시민사회가 십시일반으로 가꿔 왔던 통일 쌀 경작지를 남북 교역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비록 물량 규모로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교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식량교역의 영역을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와 가치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 남북이 쌀과 농산물을 서로 교역함으로써 밥상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통일 쌀 경작지를 국민 누구나 참여해 평화와 통일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이 국민의 일상과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식량교역과 민간 차원의 통일 쌀 교류가 서로를 보완해 주면서 민족 공동의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미래의 농업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역사의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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