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봄날의 상념

  • 입력 2018.03.30 09:10
  • 수정 2018.03.30 09:12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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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듯해도 쓰자하면 쓸 것이 없는 것이 돈하고 시간이랍니다. 시간이 빨리도 흘러서 어느새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니 농민들 마음은 더없이 바빠집니다. 농민들의 시간이사 본디 빠르지만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니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주변사람들도 덩달아 분주해지겠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심심한 동네에 방송차량이 요란하게 후보를 알릴라 치면 시끄럽다하면서도, 막상 선거가 끝나고 세상이 조용해지면 적막감마저 드는 것이 차라리 선거차량이라도 돌아다니면 좋겠다고들 합니다. 사람구경이 쉽지 않으니까요.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인지라 당사자가 아닌 땀에야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것인 양 매번 똑같아 보입니다. 앞에서는 서민의, 농민의, 지역의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돌아서면 달라지는 것 없는 일상이 반복되고, 거기에다 부정비리가 연루된 사건이라도 터지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현장의 정치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정치얘기라면 손사래를 치는 일이 허다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보니 욕을 하면서도 넌지시 정치권의 흐름을 넘어다보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도 그렇겠지만 지방선거는 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후보의 면면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사람이요, 공약도 나의 일상과 조금은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 만큼 지방선거를 잘 활용하는 것도 지역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될 법 합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농업이슈로 부상했던 것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 또는 최저 생산비 보장이었지요. 나름 신선하고 의미 있었지만 역시나 이는 지방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만은 아니기에 지금도 제대로 시행되는 지역은 흔치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농업이슈로 부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민관 농정 협의체 구성입니다. 10년 전부터 제기되는 것이 ‘농업회의소’라는 이름으로 몇몇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실행되다가 최근 지자체별로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지요.

정부 농정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지역의 농업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일선의 생각입니다. 행정의 입맛에 맞는 대상에게만 보조금이 집중되고 또 그들은 정부의 농정에 ‘깔맞춤’하는 모양새다보니 정권이 바뀌고 강산이 바뀌어도 농정은 하나도 바뀌지 않으니 말입니다.

보조금에 길들여진 농업으로는 농업의 자생력이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지요. 물론 새로이 만들어질 농정협의체도 기존의 그 밥 그 나물의 인적구성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농정협의체의 이름이 무엇이더라도, 두 눈 부릅뜨고 지역의 농정 조정자로, 지역의 농정 주체로 농민이 나서야겠지요.

거기에 번듯하게 여성농민도 함께 하면 조금은 달라지는 내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대로의 농업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앞서니 지방선거를 지렛대로 삼아야겠지요. 산수유꽃, 매화꽃잎이 흩날리고 벚꽃 눈망울이 팝콘처럼 터질 때 지역의 농업도 꽃망울을 터뜨릴 날들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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