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제값받기, 농민의 정당한 권리

  • 입력 2018.03.30 09:06
  • 수정 2018.03.30 09:0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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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서 농민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사실 요즘 농사는 계절 구분 없이 일 년 내내 이뤄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농민이 본격적인 농사로 몸과 마음이 가장 바빠지는 때가 이맘때쯤이다.

그리고 농사 시작과 더불어 무엇을 심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농민의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진다. 힘들게 일해서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가 너무 어렵고, 품목별로 돌아가면서 가격폭락이 주기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 때문에 올해 무엇을 심어야할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운에 맡기는 심정으로 혹은 때로는 마치 베팅하듯이 작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농산물의 가격문제 때문이다.

임금이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를 의미하듯이 농민의 노동의 가치는 농산물 가격으로 실현된다. 농민이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농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산물 제값받기가 어려워 농민의 정당한 권리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 이상 농산물 가격과 농업 투입재 가격 및 농가 소비재 가격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농산물 가격이 낮은 상태로 억눌려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농가교역조건과 농가경제가 악화되고, 농업소득이 20년째 제자리에 멈춰 있고, 도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농가소득 양극화 및 빈곤화 현상의 근원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촛불혁명을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현 정부도 농산물 제값받기를 제도화해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포함됐지만 생산자로서 농민의 정당한 권리는 빠져 있다.

농민이 노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부가적인 가치로서 공익적 기능을 헌법적 가치로 인정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농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눈감고 외면하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또한 유엔이 국제규범으로 새롭게 제정하고자 하는 ‘농민권리선언’에 대해서 박근혜정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 역시 무관심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도 농산물의 가격안정 위주로 가격정책을 인식하는 한계에 갇혀 있다. 농산물의 가격파동을 막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산물 제값받기를 중심에 놓고 가격안정에 필요한 제도장치를 보완하는 것이 농민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수준을 보장하는 해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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