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악취관리지역 지정 강행 … “농가 죽이기” 분통

59개 양돈장 지정 기습발표, 6개월 내 자구책 제출해야
“전문성 없는 행정 해결 못 해” 농가·전문가와 논의 필요

  • 입력 2018.03.25 11:58
  • 수정 2018.03.25 12:0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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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가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끝내 강행했다. 지역 한돈농가들은 절차상 문제점과 대책 부재를 비판하며 ‘한돈농가 죽이기’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1일 59개 양돈장(56만1,066㎡)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23일 악취관리지역 지정이 고시되면 해당농장은 6개월 이내에 악취방지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악취방지법」에 따르면 도지사는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농장에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2년 이내에 배출허용기준을 반복해 초과하면 조업정지명령이나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총 296곳의 양돈장 중 101곳을 조사해 이 중 96곳이 지정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이 중 악취기준 초과율이 31% 이상인 59곳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최종 지정했으며 남은 195곳의 양돈장은 오는 9월까지 축산악취 현황 조사를 실시해 추가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근수 제주도 생활환경과장은 “최근 제주도 인구가 늘며 양돈장 인근이 많이 개발됐다. 이에 악취에 노출된 도민들이 늘며 악취 민원이 늘고 있다”면서 “축사개선은 등한시하는 분위기에 돼지 사육두수가 증가하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악취관리지역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 조사가 불합리하다 비과학적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법에 따라 조사했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악취민원이 양돈장에서 나오고 있기에 양돈장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악취문제의 책임을 한돈농가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제주지역 한돈농가들이 악취관리지역 지정 고시가 예고된 지난 21일 제주도청을 찾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제주지역 한돈농가들은 21일 발표 직전까지도 고시계획 내용을 알지 못했다. 농가들로 구성된 제주양돈업체 비상대책위(위원장 우성호)는 발표 당일에도 도 관계자들이 언론브리핑 내용을 숨겼다며 불통 행보를 비판했다.

우성호 위원장은 “농장 시설을 개보수하려면 법에도 없는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주민동의서가 없으면 공사허가가 나지 않으니 악취저감을 하려해도 못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돈농가들은 지금까지 지방행정이 시키는 대로 했다. 자구책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구책만 강요하며 단속과 처벌만 벼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 위원장과 한돈농가 40여명은 발표 당일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돈농가들은 “지정된 농가는 6개월 내에 자구책을 제출해야 하는데 제주도가 어떻게 지도를 할건가? 악취관리센터를 만든다는데 무슨 역할을 하며 구성을 어떻게 되는건가?” 물었지만 김 국장은 “여러 방법이 있다. 악취관리센터는 환경부서 위주로 만들려 하다가 축산부서도 같이하는 형태로 틀을 잡고 있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 위원장은 “악취관리센터를 제주도가 운영한다면 지금과 다를 게 뭐냐”면서 “전문성이 없는 행정에 이 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행정과 농가,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대한한돈협회는 앞서 지난 1월 제주도 악취관리지역 지정 계획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식량자급률하락, 농촌경제 황폐화, 60조원에 달하는 관련산업 위축, 축산물 가격 폭등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돈협회는 악취측정 시 △농가 입회 없는 측정 △환경부 점검기준을 초과한 측정 횟수 △악취민원 지속 근거 미약 △민원발생 실태조사 미비 등을 지적하며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위한 연구 재실시와 농가 계도기간 부여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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