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봄은 온다

  • 입력 2018.03.25 11:52
  • 수정 2018.03.25 11:54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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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이러다 꽃 피겠어요. 완전 봄날씨에요.”

한파가 몰아쳤던 겨울이 가고 봄이 정말 소리없이 성큼 다가왔다. 겨우내 했어야 하는 복숭아 전지 작업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커가는 꽃망울이 예쁜 것만은 아니다.

“꽃 피면 불러. 앉아서 삼겹살이나 구워먹게.” 얼마 전에 만난 형님이 한 말씀에 “꽃 피고도 전지해야 될지도 몰라요”하고 웃어 넘겨본다.

지난 평창올림픽 이후 평화의 봄도 성큼 다가왔다. 3월말 고위급 회담과 남한의 조용필을 비롯해 레드벨벳까지 평양에서 공연을 한다고 뉴스에 나오고, 4월달에는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다시는 녹지 않을 것 같았던 남북 간의 긴장 모드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구 핵단추가 더 크다고 이야기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5월이 기대된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서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는 협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남원시농민회도 거의 매년 통일쌀 모내기를 해 왔다. 올해는 5월 19일에 하려 했으나 춘향제 일정과 겹쳐서 지난 영농발대식 때 5월 26일로 확정했다. 이때쯤이면 지금보다 더 뜨거운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을 예상하고 지역에서도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통일쌀 모내기를 준비해야겠다.

혹독했던 한파에 기계들도 얼어붙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면서, 계획적으로 복숭아 농사를 지어나가야겠다.

“오늘도 쉬셨어요?”, “뭐 맨날 쉬냐. 할 때는 또 정신없이 해야지.” 나름 복숭아 농사의 멘토로 생각하는 분에게 오랜만에 전화해서 언제쯤 황을 칠건지, 올해는 뭘 더 준비해야하는지 물어본다.

가보면 언제나 시기에 맞춰 작업이 돼있다. 항상 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일에는 빈틈이 없어 프로농사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획과 준비를 시기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니 바쁜 철에도 항상 여유로워 보여서 붙인 별칭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기회가 행운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봄은 오고 있다.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지,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때 일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봄이 달갑지 않겠지만, 항상 열심히 준비하면서 겨울을 지낸 사람들은 봄이 더없이 반가울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복숭아 꽃눈을 과감히 밀었던 기억이 난다. 냉해 오면 어쩌려고 하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이 정도 날씨에 더 이상 춥기는 힘들 것 같아요”하며 괜한 자신감으로 일관했던 생각이 난다. 변화된 기후에 맞춰 농사법도 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생각을 행동으로 해본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가 올지도 모르지만 봄은 온다. 그리고 여름이 오고 가을도 온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먼저 통일에 대해 이야기했었고 그로 인해서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던 그 겨울이 이제 끝났다.

평화의 봄바람이 한반도 전역에 불 때 남원에서도 통일쌀 모내기를 통해 통일의 꽃을 함께 피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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