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원칙 지키며 공동체를 꿈꾸다

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①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

  • 입력 2018.03.23 14:14
  • 수정 2018.03.25 12:1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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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사람내음’ 물씬나는 동네 사랑방으로 … “상을 주면 뭐하노! 돈을 줘야지”

지난 19일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으로 견학 온 거창군 사회적기업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교육을 마친 후 금산면 매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시의 진주텃밭 금산면 매장은 거창군 사회적기업아카데미에서 견학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육을 담당한 정철효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진주텃밭의 의미있는 걸음을 배우기 위해 오게 됐다”고 전했다.

진주텃밭은 지난 2013년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산물 등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지역의 작은 공동체를 일궈나가자”는 포부를 안고 출발했다. 5년차를 맞이한 진주텃밭은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협동조합이 됐다.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이렇다할 지원 없이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고수한 채 생산자·소비자조합원과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꿋꿋이 버텨와서다. 다수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협동’이라는 외투를 썼음에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윤 추구로 눈길을 돌리는 현실과 비교하면 진주텃밭이 걸어온 발걸음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상도 여럿 받았다. 지역재단이 주는 지역리더상,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선정한 우수직거래 사업장, 협동조합의날 기념식에 받은 협동조합 유공자상, 지난해엔 사회적기업 유공자상도 받았다. 그만큼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진주텃밭 이사인 소희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도연합 정책위원장은 “상만 주면 뭐하노, 돈을 줘야지”라며 쓴 웃음을 터트렸다. 사회적 인정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이 애초에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만큼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도 중요하다는 뜻일 터.

태동기엔 오히려 우여곡절이 없었다. 2011년 진주시여성농민회에서 만든 들꽃영농법인에서 콩·율무·수수 등 지역에서 생산한 10가지 잡곡을 미숫가루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잘 팔리니 판로 개척을 위한 직거래장터 등을 열기도 했다. 연장선상에서 농업 문제를 농민만 고민할 게 아니라 민주노총 등 지역의 노동자,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답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협동조합의 형식을 고민했던 것이다. 이런 고민들이 결국 진주텃밭으로 결론지어졌다.

하지만 생각했던 그림처럼 되진 않았다. 민주노총에서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진주텃밭이 우선순위로 자리 잡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더욱이 혼선도 겪어야 했다. 초기엔 여러 규정들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아닌 소비자조합원에만 판매할 수 있었다. 또한 생산자가 주축이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소비자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고민 속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생협의 성격이 짙어졌다.

진주텃밭이 지난 5년 동안 성장한 배경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사람이라서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진주텃밭 2호 초전매장의 도상헌 팀장은 “진주지역에서 농민과 함께 제일 먼저 시작했고, 지역먹거리를 갖고 협동조합을 하는 곳은 거의 유일하다”며 “다른 지역에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뿜어내는 진심은 소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어떤 소비자는 김장철이면 진주텃밭에서 구입한 생산물로 김치를 담궈 오고, 반찬을 나누는가 하면 진주텃밭 때문에 이사를 못 간다고 하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이러다보니 진주텃밭은 사람내음이 물씬 나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또 다른 배경엔 생산자조합원이 있다. 다른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가격결정 등에 있어 생산자와의 마찰이 꽤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지만, 진주텃밭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진주시농민회와 진주시여성농민회가 품었던 운동성을 이해하려고 했다. 판매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마음을 내어주며 함께 보폭을 맞췄던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행보 속에 현재 진주텃밭은 지난해 말 기준 생산자조합원은 189명이고, 소비자조합원은 1,257명이다. 이사 5명, 감사 2명 등 16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소희주 정책위원장은 “진주텃밭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온 탓에 단단한 굳은살이 생겨 갈피를 못잡는 정부나 지자체의 로컬푸드 정책에도 애정어린 조언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진주텃밭은 올해 지방선거 등의 계기를 통해 로컬푸드 정책의 중심이나 지원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주텃밭은 향후 고령농과 귀농인 등 소농 등이 농사에 재미를 붙여 농촌공동체를 살리고 또 지역에도 보탬이 되는 협동조합의 미래를 구상중이다. 진주텃밭이 지정한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켜온 진주텃밭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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