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의 심복(心腹)은 어디 있는가?

  • 입력 2018.03.23 09:55
  • 수정 2018.03.25 12:29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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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장관도 떠나고 대통령 농어업 참모들도 떠났다. 모두 1년을 채우지 않았다. 농민의 머슴을 자처하며 농정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을 다짐한 약속의 도장 자국이 마르기도 전이다. 무슨 청산을 하고 어떻게 개혁했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은 공약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 ‘소비자·농민이 참여하는 도농상생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 ‘안정적 농가소득 보장을 위한 과감한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 전환하겠다’, ‘농어민의 농정참여를 제도화하고 자치농정·협치농정을 실현하겠다’, ‘품목별 생산자조직을 육성하고 유통개혁을 하겠다’, ‘과감한 친환경 생태농업 전환을 이루겠다’, ‘GMO 표시제와 식품표시제도 강화에 의한 건강한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을 하겠다’, ‘친환경 학교급식의 어린이집·유치원·고등학교 확대와 공공급식 전면 확대를 시행하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제대로 해낸 게, 하고 있다고 농민과 국민이 알고 있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농민들과 소통한 적이 있는가. 농정의 주무부처 수장과 대통령 자신의 참모들이 1년도 채우지 않고 컨트롤타워를 비워 버렸다. 대통령이 직접 농정의 조타수를 자처해서일까. 모를 일이다.

지난해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농정공약조차 채 담지를 못하고 지난 정부의 농정 틀과 정책을 답습하거나 단기 현안관리 차원의 사업 나열에 그쳤다. 현장에서 농민들은, 그리고 알만한 전문가들은 개혁 청사진을 다시 설계하라고 했다. 그리고 새 정부의 농정 기본 틀 전환에 대한 공약이 실종된 게 아닌가 질타하며, 농정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이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약속한 대로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과 농정추진체계의 대수술에서 출발하기를 촉구했다.

대통령은 ‘현재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고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농업·환경·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부터 바꿀 것이며, 이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던 공약을 되새기기를 거듭 촉구한다.

그리고 머슴이 되겠다고 자리를 차지하고서 약속의 도장 자국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음 자리에 골똘한 채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해 자리를 활용하는, 주인을 쉽게 버리는 그런 공복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인인 농민을 섬기는 ‘농민의 심복’을 원한다.

오늘 산적한 농정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을 위해 어떤 심복이 절실한가. 첫째, 개혁 마인드가 확실해야 한다. 적폐청산에 대한 인식이 철저해야 하고,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둘째, 주인인 농민을 위해 신명을 다해 섬기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주인이 믿고 맡기는 마당쇠 같은 이를 심복이라 부른다. 심복으로서 농민을 섬기고 책임을 다하는 장관과 참모가 절실하다. 셋째, 농민단체들과 소통·협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촛불정신은 다른 게 아니다. 농민과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조직하는 데 최선을 다해 그 지지와 참여의 힘에 바탕해 적폐세력·적폐농정을 걷어내고 개혁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있다. 넷째, 당정청 간 협업과 컨트롤타워 역할에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 지금까지 농정의 컨트롤타워로서 기획과 조정 기능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부처 수장과 대통령 참모라는 사람들이 서로 엇박자만 내고 서로 딴청 부리고 각자 가려운 곳만 긁다가 경쟁적으로 그만둔 꼴이 다시는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해묵은 말을 빌릴 것도 없다. 이제는 진정으로 ‘농민의 심복’을 원한다. 그래서 농정의 기본 틀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약속에 철저할 수 있는 진용을 제대로 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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