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무농약 가공인증

식약처, 제도 명칭·허용 성분 등 농식품부에 ‘딴지’
친농연 “국산 친환경농산물 확대 위해 필요한 인증”

  • 입력 2018.03.18 11:45
  • 수정 2018.03.18 11:4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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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권한대행 김현수, 농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무농약 가공식품 인증제의 통과가 요원해 보인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지연 및 법안 내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식약처)의 ‘딴지’ 때문이다.

무농약 가공식품 인증제는 무농약농산물을 원료로 삼거나 유기식품과 무농약농산물을 혼합해 제조·가공·유통하는 식품에 대해 농식품부가 준비 중인 인증제도다. 농식품부는 제도 초안을 마련한 뒤 농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 해당 제도 시행 내용이 포함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3개월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설훈,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 심사는 3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희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주무관은 “개정안이 농해수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돼도 전체 회의에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6월 지방선거도 있어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단 게 국회 측 입장이다. 6월에 통과된다 해도 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빠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1월에야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이 통과돼도 식약처와의 조율이 문제다. 사실 무농약 가공식품 인증제의 공식 명칭인 ‘무농약원료가공식품 인증제도’부터가 식약처 입장이 반영된 명칭이다. 식약처는 무농약 가공식품이라 표기·인증하기 위해선 원료, 첨가물, 최종산물에서 절대로 특정 성분이 검출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무농약 가공식품에 당연히 농약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인식하니 문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농약 가공식품의 성분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도 식약처와 농업계의 입장이 배치된다. 농식품부는 95% 이상의 무농약원료와 5% 미만의 일반농산물로 비율을 정하잔 내용을 개정안에 넣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그 5% 미만의 성분에서 농약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성분은 반드시 무농약 이상 유기원료로 삼아야 한단 입장이다. 일반농산물은 전혀 포함돼선 안 된다는 의미이다.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달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한 검토보고서에서, 식약처가 제기하는 ‘인증제도 상 5% 미만 성분’ 문제에 대해 “(농약검출 우려는)인증제도 및 기준에 대한 적극적 홍보, 철저한 인증관리, 인증기준을 초과하는 농약 검출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으로 해소할 사안”이라며 “(무농약 가공인증 명칭에)‘원료’라는 용어를 추가한다고 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소비자가 인식한단 보장이 없다”고 평했다.

무농약 가공식품 인증제에 대한 식약처의 간섭에 농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미국 유기농인증(NOP) 기준에선 유기원료 70% 이상일 시 유기가공품 표시를 하고, 95% 이상일 시 유기가공품 인증을 낸다. 친농연도 이를 참고해 무농약 가공인증 기준을 ‘70% 이상 표시, 95% 이상 인증’으로 삼자고 주장했다”며 “그럼에도 식약처는 농업계의 입장에 귀 기울이지 않고, 5% 미만 비(非)유기성분에 일반농산물은 절대 안 된다며 무농약 가공인증 시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총장은 이어 “쌀을 제외한 국내 유기농산물·유기가공식품 시장에서 수입품 비중이 압도적이다. 무농약 가공인증제는 국산 친환경농산물 활용 증진 및 국내농업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이자 현실적인 방안”이라 말했다. 실제로 국내 유기가공식품 시장규모는 2010년 3,772억원에서 2015년 6,76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원료 조달의 어려움과 제조원가 문제로 원료 농산물의 약 85%가 수입산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국산 무농약농산물의 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무농약 가공인증제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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