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남부농협RPC서 직원이 쌀 빼돌려

공장장·운송기사, 5년간 2억원어치 ‘야금야금’
농협·RPC ‘쉬쉬’ … 농민은 ‘분통’

  • 입력 2018.03.16 14:52
  • 수정 2018.03.16 14:5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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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월 26일 경기 이천 남부농협쌀조합공동법인에서 공장장과 운송기사가 공모해 5년 동안 2억원어치의 쌀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님표 이천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의 ‘남부농협쌀조합공동법인(남부농협RPC)’에서 2억원 가량의 쌀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조합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 이목이 집중된다.

사고가 드러난 건 올해 1월 26일이다. 남부농협RPC의 한 거래처가 빼돌린 쌀을 사들여 판매하다 내부에서 동업자간 분쟁이 벌어지며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남부농협RPC 공장장 A와 운송기사 B가 공모해 2013년부터 5년 동안 감시 소홀을 틈타 쌀의 상차 과정에서 팔레트를 속여 2억원 가량의 쌀을 빼돌린 것이 드러났다.

남부농협RPC는 현재 자체적 피해 조사를 하진 않았지만 A와 B가 사고를 시인하고 현재까지 피해액으로 추정되는 2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또한 A는 사고가 드러난 이후 대기발령 상태고, 경찰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B의 경우 운송만 담당한 개인사업자로 이렇다 할 징계를 받진 않는다.

남부농협RPC는 이천의 율면·설성·장호원농협의 공동출자로 지난 2011년 설립했다. 3개 농협에선 임원진 회의를 통해 남부농협RPC 대표 명의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농민조합원들은 “확인된 게 2억원이면 피해금액이 더 클 수도 있다”며 “농민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사건이 터졌음에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나 징계도 없이 지역농협과 남부농협RPC가 쉬쉬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남부농협RPC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일반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타 지역 RPC와 상황 인식에 큰 차이가 없었다. 남부농협RPC는 독립된 법인이라 농민조합원에 직접적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상진 남부농협RPC 대표이사는 “오히려 농민들에 왜 피해가 가냐”고 되물으며 “농협에서 쌀을 사들여 판매하고 수익이 나면 3개 농협에 출자배당을 한다. 그러면 각 농협이 농민조합원에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이사는 “수사결과와 농협중앙회 감사에 따라 피해금액 등이 산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하고, 부족하면 직원 변상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며 “농민들이 괜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데 법·절차상으로 봐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전 대표이사는 “오히려 현재 농민들의 제보 등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면 사고조합이 돼 오히려 (농협중앙회 등) 자금 지원이 끊기고, 유통업체도 끊길 수 있다”며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민조합원들은 “왜 농협들이 피해를 보고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문이라는 원성도 자자하다”며 “수년간 도난 사고를 몰랐다는 건 남부농협RPC 운영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3개 농협 농민조합원들은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대응을 모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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