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종합컨설팅 ‘확대’만이 능사?

정확한 진단·처방 필요 … ‘무이자자금 지원용 요식행위’ 지적도

  • 입력 2018.03.16 14:48
  • 수정 2018.03.16 15:5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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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1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 가운데)이 ‘농축협 균형발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 적힌 그림을 들고 임직원과 함께 ‘2017년 농축협 컨설팅 200개 이상 추진’을 결의했다.

농협중앙회가 강소농협 육성을 목표로 김병원 회장 취임 이후 2016년 7월부터 시작한 지역농축협 종합컨설팅(컨설팅)이 3년차에 들어섰다. 컨설팅은 협동조합 이념을 기반으로 조합원과 직원이 함께 지역농축협의 개선 방향을 토론하고, 농민 소득증대를 위한 경제사업을 마련해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비전을 수립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지금까지 농협중앙회가 10조원의 무이자자금을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의 말을 잘 들으면 10~30억원씩 주고 잘 못 보이면 안줬다. 취임하고 그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컨설팅부서를 만들어 (컨설팅을 통해) 무이자자금을 지원하니 조합장들의 호응이 좋아 칭찬을 듣고 있다”며 컨설팅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반응부터 ‘자금 지원을 위한 형식적 컨설팅’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컨설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301개 농축협 컨설팅

컨설팅은 지난해 말 기준 농촌형 294개, 도시형 7개 등 총 301개 농축협에 이뤄졌고, 8,465억원이 지원됐다. 올해와 내년 각각 250개 농축협을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실시한다. 김 회장의 임기 내에 합병 대상이거나 추진 중인 농축협을 제외한 800여개 농축협에서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컨설팅팀은 지난해 차·과장급 4급직원을 반장으로 공인회계사, 전문컨설턴트, 농협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퇴직 직원 등 4인 1조로 10개반을 구성·운영했고 이후 15개반으로 늘렸다. 한 주 간의 준비기간을 둔 후 한 주 동안 현장 실사를 거쳐 그 다음 주 보고서를 완료 하는 순서로 이뤄지고 있으며 1개반이 한 해 18회 실시 중이다. 

올해는 정규직 100명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1명을 추가해 5인 1조로 컨설팅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농협은 컨설팅팀 구성을 위해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매년 경쟁입찰로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있다. 올해 예산은 35억원이다.

농협 관계자는 무엇보다 기존 지역농축협 상호금융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신용컨설팅과는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기존 신용컨설팅이 신용사업 위주였다면 현재의 컨설팅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조직관리, 비전 설정 등 사업전반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종합컨설팅’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컨설팅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추진토록하고 이를 통해 농가소득이 늘어나면 농협 이용도 늘어나 결국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적 도움·형식적’ 평가 엇갈려

지난해 컨설팅을 받은 A농협 조합장은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상당히 고무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농가 퇴비 살포 지원을 신사업으로 발굴해 이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합장은 기존 경제사업이 아닌 신사업 발굴 유도나 새로운 자금이 아닌 기존 무이자자금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형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주에 지역농협의 모든 사업과 특성을 진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이 조합장은 또한 “컨설팅은 부수적인 것”이라며 “조합장의 의지만 있다면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B농협 조합장은 “무이자자금 30억원을 받아도 1.7% 금리로 계산하면 이자(를 내지 않아 발생하는) 수익이 5,100만원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 없는 것 보다야 나으니까 받는 것”이라면서 “컨설팅이라는 게 며칠 와서 봐주고 그것을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조합장은 “농협이 컨설팅부서라는 간판만 만들고 하던 일 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장은 또한 “제대로 된 컨설팅이라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붙어서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의 평가는 더욱 날카롭다. 한 농협 전문가는 “짧은 기간 안에 부족한 인원이 여러 곳을 돌다보니 컨설팅 자체가 형식적인데다 그 결과인 보고서도 찍어내듯 만들고 있다”며 “현장 상황은 보지도 않고 수치에만 의존, 기계적으로 분석하다보니 마치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착시현상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컨설팅이 무이자자금을 나눠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된 것”이라면서 “껍데기 형식만 취해 신뢰가 깨지면 농협과 지역농축협 임직원, 농민조합원이 향후 사업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협, 올해 컨설팅 강화 원년

농협 관계자도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으로 4년 내에 전체 농축협을 컨설팅하려다보니 ‘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인원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평가도 있다”며 “향후 이런 부분의 개선과 함께 사후관리에 더 힘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신용컨설팅이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 현재는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컨설팅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난 연도 말에 개선사항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발송하고, 3년 동안 점검하며 이후 4년 주기로 재컨설팅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올해 보다 효과적인 컨설팅을 위해 공인회계사와 박사급 컨설팅 전문인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경제사업 유형별 평가항목을 성장성·자산효율성·조합원 참여도·수익성·농협위상 등 5개로 정의해 각 항목별 표준화 및 계량화된 지표를 개발, 경제사업 분석모델을 통해 사업추진 적정성을 상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체계적인 조직진단 △소통을 통한 농협문화 개선 △비전수립 △사업장 이전 및 통폐합 △합병 효과 분석 △도시형농협 경제사업 롤모델 개발 등 각 농축협의 컨설팅 요청에 맞춘 다양하고 특화된 컨설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형 회원경영컨설팅부 부장은 “올해 다양한 종합컨설팅 확대와 이행 상황점검, 재컨설팅 등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해 컨설팅 강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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