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왜 최저가격 보장인가

  • 입력 2018.03.16 11:57
  • 수정 2018.03.16 11:59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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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제가 헌법에 정해져 있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물론 그로인해 실제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이 현재 정당한 대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이 절대 정당한 대가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헌법에 천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아마도 통치구조에 중심을 둔 개헌을 준비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계층에서 각각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앞서 자신들을 위한 개헌안을 마련한 사람들이 바로 농민들이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최저가격보장에 관한 것이다. 최저가격보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고 나면 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최저가격보장조례에서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최저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농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추곡수매제도가 항상 문제가 많았던 것은 그 수매가를 정하는 과정에 농민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참여를 꺼리는 것은 근거 없는 의심 때문이다. 실제 전국 최초로 최저가격보장조례를 시행한 전북에서 이 조례를 만들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면서 이 조례를 우려하는 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이 조례가 통과되면 농민들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설사 농민들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하나는 그 결정과정에 농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결정은 당연히 여러 가지 기준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둘째, 최저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논의 과정에서 정해진 가격을 100%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적정가격의 일부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북의 예를 들면 위원회에서 정한 기준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90%를 지원함으로써 최저가격을 보장해 준다. 앞으로 이것이 법제화한다 하더라도 지원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100%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농민들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생산자 스스로 자신의 생산비에 준하는 가격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제도적으로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100% 보장받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최저가격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농민기본소득, 농민월급제 등 나름 다양하게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 줄 다른 대안들이 나오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은 데도 말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농민들도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주체로 서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가 정당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은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농민들의 마음이 다른 국민들, 적어도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을 들여야 하는 국민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헌법에 최저가격보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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