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네트워크 속에 협동하며 지속하는 농업이 있다

젊은협업농장·행복농장, 농사지으며 교육과 돌봄 동시에
작목 선택도 지역 고려·당장의 이해보다 상생 우선

  • 입력 2018.03.11 10:43
  • 수정 2018.03.11 10:5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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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충남 홍성군 장곡면 도산리엔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새로운 개념의 두 협동조합 농장이 마주하고 있다. 한편엔 ‘젊음 빼면 시체’인 귀농 희망자들이 모여 유기농 쌈채소류를 재배하는 젊은 협업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편엔 지역의 만성정신질환자들이 허브와 꽃을 재배하는 행복농장이 있다. 두 농장은 사회적농업이란 개념이 알려지기 전, 이 마을에 터를 만들고 새로운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2011년 자본도 경험도 없는 젊은이들이 농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고안해낸 농장이다. 이곳엔 귀농·귀촌을 희망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농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 생산활동을 직접 하며 온 몸으로 농업을 배우고 있다. 현재는 9명이 함께 하우스 8동에서 적상추, 치커리, 적근대 등을 재배해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등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위치한 젊은협업농장 시설하우스에서 귀농인들이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농업의 대표적 사례다. 한승호 기자

정민철 협업농장 이사는 “우리농장에서 농사는 짓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아니라 교육생이라 봐야 한다”면서도 “교육만 한다면 농장이라 할 수 없다. 농업생산을 통해 50% 이상의 수익을 내 자생할 수 있어야 농장이다”라고 말했다. 협업농장은 농업생산으로 운영을 지속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예비 농민을 교육하는 장소인 셈이다.

그래서 협업농장은 농업생산이 경제기반이면서도 생산성 향상에 매몰되지 않는다. 정 이사는 “사람이 충분하니 하우스를 늘리라는 얘길 듣는데 우리는 논의 끝에 노동시간을 줄이기로 했다”면서 “남는 시간엔 농업과 농촌, 지역사회를 배우는 자기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쌈채소를 작목으로 선택한 이유도 지역에서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쌈채소를 짓는 농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마을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농장 수익은 마을에 시설 임대료를 지급해 환원한다.

정 이사의 바람은 협업농장 같은 사회적농업이 생산성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농에게 새로운 방향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농촌과 지역사회는 중소농이 떠받치는데 생산성만 보면 중소농은 지속하기 어렵다. 정부는 관광이다 6차산업이다 하면서 이들이 농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생산성 중심의 농업에서 벗어나면서도 농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사회적농업에서 찾아야 한다.”

개천 건너편엔 2013년 문을 연 행복농장이 있다. 이 농장은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홍성농업기술센터 등과 협업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농업을 통한 사회복귀 훈련을 하고 있다.

이 농장을 찾는 훈련 대상자들은 마을과 협업농장 등 인근농장과 교류 속에 사회에 점차 적응해간다. 루시 행복농장 이사는 “농장에서 마을 저수지 청소나 마을잔치 대보름행사 등에 적극 참여하며 마을의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지역과 연계가 잘 되며 대상자들을 위한 휴게실과 요리실습장을 만들고 하우스 보수, 농기계 마련도 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행복농장은 돌봄에 적합한 작목으로 허브를 택했지만 막상 판로가 없어 애를 먹기 일쑤다. 그러나 지역 네트워크 속에서 판로문제는 행복농장만의 고민으로 끝나지 않는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은 애초 허브를 취급하지 않았지만 행복농장이 들어서며 판매처를 설득해 허브유통을 시작했다.

김경숙 홍성유기농영농조합 팀장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허브를 활용한 가공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같이 살아남아야지 장사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우리 조합은 다품목이 장점이다. 협업농장이나 행복농장에 머물지 않고 교육 및 돌봄의 기능을 원활히 지속해 이들이 지역농민을 육성하는 게 당장의 농산물 유통보다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성지역은 협동의 경험이 오래 누적된 드문 곳이다. 두 농장과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의 관계는 협동조합 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간 협동이 농업에서 실현된 모습이라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들의 농사짓는 방법이 곧 사회적농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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